◎장편 11편·중단편 120편·동화 등 10개 주제별로 특이하게 정리/우선 4권 출간… 내년 회갑때 완간『문학을 하는 것은 곧 세상사람들과 함께 아파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픈 독자의 마음의 흐름, 그 물꼬를 터 주는 것이 아닐까요』. 소설가 이청준(59)씨는 33년 문학인생을 되돌아보며 문학행위를 이렇게 정리했다. 너나 없이 세상살이에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되 그들보다 「한 발짝만 먼저 앓아내는 것이 글쟁이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청준문학의 33년 궤적이 28권의 전집으로 묶인다. 도서출판 열림원은 이중 장편 「낮은 데로 임하소서」와「조율사」, 연작 「서편제」, 광기(狂氣)를 주제로 한 중·단편집 「소문의 벽」등 4권을 출간했다. 전집은 내년 이씨의 회갑에 맞춰 완간된다.
박완서씨의 전집이 25권 분량으로 나올 예정이지만 이씨의 전집은 우선 그 분량이 놀랍다. 그가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 분량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장편 11편과 중·단편 120여편, 연작소설과 판소리·전래동화등에서는 이씨의 성실하고 치열한 산문정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집 구성방식도 특이하다. 통상 발표시기 순으로 묶는 서지학적 방식을 벗어나 120편의 중·단편을 주제별로 분류해 묶었다.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권택영 우찬제 김경수씨, 소설가 이인성씨와 정민 한양대교수는 이씨의 작품주제를 「불화하는 개인과 관계의 실종」「예술가의 세계」 「광기의 세계」등 10개로 분류했다.
이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 가지로 꿰뚫는 작가적 의식은 무엇일까. 이씨의 독자들은 그것이 늘 궁금하다. 지식인의 사회적 위상문제를 파들어간 「조율사」,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한(恨)을 판소리로 푼 「서편제」, 종교적 주제를 다룬 「낮은 데로 임하소서」, 예술가적 삶의 본질을 추구한 최근작 「날개의 집」등 작품마다 문제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관류하는 근저의 주제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평론가 우찬제씨는 「개인의 진실과 집단의 꿈」이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정의했다. 『그는 4·19세대이다. 식민지배와 전쟁, 보릿고개, 군사독재등을 다 겪은 세대다. 그런 굴곡의 삶을 살아오면서 개인의 진실이 사회적 진실과 연대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 부딪히는 작가의 부끄러움과 상처가 핵심적 문제의식이다. 종종 주인공 그 자체가 되었던 「광기」는 그 개인적 진실이 좌절하고 집단의 꿈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그는 늘 현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묻고 답해왔다』는 것이다.
이씨는 전집 출간을 위해 지난해 늦여름부터 교정작업을 해왔다. 그는 『무엇보다 젊었을 때의 치기어린 문장을 많이 다듬었다. 주로 쓸데없이 말을 늘여 쓴 부분을 줄이는 작업이었다』며 『지난 시절의 작품을 정리하는 것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났던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 추억 속에 삶을 다시 사는 느낌을 주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했지만 여전히 해답은 없습니다. 작가는 묻는 사람이고, 지금도 저는 여전히 묻고 헤매고 있습니다. 그 물음이 더 효과적이고 명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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