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존여비 진짜 희생자는 남성”/“페미니즘 이야기만 아닌 짓눌린 남자들 삶도 담아”『남자들이야말로 남존여비의 진짜 희생자이지요』. 소설가 이경자(50)씨의 장편 「사랑과 상처」(전2권·실천문학사 발행)가 화제다. 당초 지난해 이문열씨가 소설 「선택」에서 요즘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며 『이혼은 「절반의 성공」으로, 간음은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된다』며 이경자씨의 작품명을 직접 거론한데다, 이씨 자신 「사랑과 상처」를 남존여비의 실상을 보여줄 소설로 쓰겠다며 발표한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사랑과 상처」는 페미니즘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여성의 고통스런 삶의 이면에 마찬가지로 고통받은 남자들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랑과 상처」는 193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자란 주인공 정옥의 일생을 통해 남존여비의 실상을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딸자식은 「귀한 밥 멕여봤자 남 좋은 일 시키는, 밥만 축내는 지즈바 간난」일뿐이다. 그 인식은 해방과 전쟁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간 땅에서도 주인공의 딸에게까지 대를 물려 이어진다. 작가에 따르면 「남존여비는 유전인자처럼 우리의 골수와 피 속에 흐르고 있다」. 이씨는 흙냄새 땀냄새 물씬한 강원지역 토속어로 그 인식을 형상화했다.
『저를 마치 페미니즘 전문작가처럼 오인하지만 실상 제가 페미니즘을 의식하고 쓴 작품은 연작 「절반의 실패」밖에 없습니다』는 이씨는 『남자들도 가부장제라는 제도 하에서 얼마나 상처받고, 매일매일 세상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습니까. 남존여비는 인간존재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말처럼 이씨는 『하는 일은 소설 쓰는 것과 살림 하는 것 두 가지밖에 없는』, 은행간부인 남편과 두 딸을 둔 다복한 주부다. 그는 이번 작품에 이어 고향 양양을 무대로 해방공간의 비극성을 다룰 장편을 구상하고 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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