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사극 ‘기대’/뻔한 갈등구조 ‘우려’『나는 조선의 성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형 경종을 살해했다는 주장에 대한 죄의식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죽이게 된다…』
15일 오후9시55분 첫방영을 앞두고 MBC가 13일 미리 공개한 대하사극 「대왕의 길」(극본 임충, 연출 소원영)은 마치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조선 제21대 임금 영조(박근형)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독백으로 시작했다. 「대왕의 길」이 과연 방영중인 궁중사극 KBS1 「용의 눈물」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 관심이 높았던 만큼 상식을 뛰어넘는 신선한 출발이었다.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김영애)와 왕세제 시절의 영조가 서로 나눈 정감어린 대화도 도식화한 사극의 말투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 했다. 무수리 출신인 숙빈 최씨는 『어마마마』라고 자신을 부른 어린 영조에게 『어마마마가 뭐야? 엄니라고 그래』라고 격의없이 말했고, 영조를 등에 업고서는 자신의 한 많은 삶과 주위의 따가운 질시를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이밖에 자신을 죽이려는 소론측 군사로부터 허겁지겁 쫓기는 왕세제 영조의 나약한 모습, 병약한 인물로만 여겨졌던 사도세자(임호)가 아버지 영조에게 신임사화(영조 등극후 노론을 축출한 일)와 경종독살설의 진위를 당당히 따지는 모습 등도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설 수 있는 극적장치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체적인 얼개는 지금까지 수없이 방송된 여느 사극과 별 다름이 없는 듯 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초반 기(氣)싸움은 「용의 눈물」의 태조 이성계와 아들 이방원의 그것이었고, 훗날 영조의 총애를 받게 되는 궁녀 문나인(윤손하)과 그의 오빠 문성국(권용운)의 등장은 「장희빈-장희재」남매처럼 사극의 재미를 위해 첨가되는 단골 메뉴였다. 더욱이 사도세자의 광기어린 행동거지와 이를 숨죽인 채 바라보는 혜경궁 홍씨(홍리나)의 모습은 이미 양녕대군과 연산군 시대를 그린 다른 사극들에서도 충분히 보아온 갈등구조에 불과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방송될 「대왕의 길」이 앞으로 조선후기 격변의 시대를 어떻게 새롭게 재해석해 살아있는 현재로 되살려 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태생적 약점과 한계때문이라는 생각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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