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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방문지도 단속” 논란(토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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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방문지도 단속” 논란(토론합시다)

입력
1998.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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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학습지 방문지도 왜 단속(또는 허용)해야 하나

2·학습지 방문지도를 어떻게 단속(또는 허용)해야 하나

3·교육당국의 사교육비 대책(학습지 방문지도 포함)에 조언해 달라

◎학습지 비용 1조7,000억 달해/허용땐 사교육비 축소 어려워/姜武燮 한국교육개발원 학점은행운영본부장

1.새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중 교육부문에서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13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대학입시제도의 개선과 사교육비 경감이 가장 핵심적인 보고내용이었다. 「학습지 방문지도」의 불법성 시비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사교육형태별 비용을 보면 개인및 소그룹과외비가 약 2조1,000억원규모이고 학습지 비용도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원수강(70.1%) 다음으로 학습지과외(26.9%)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월평균 비용은 4만8,000원정도였다. 이 정도면 학습지 과외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습지과외 형태에 따라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으며 통신지도에 의한 교습행위, 학습용테이프 판매뒤 사후봉사행위 등 변형된 형태의 과외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지 과외에 의한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고는 사교육비 군살빼기는 사실상 어렵다.

2.학습지 방문지도를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동안 사실상 유야무야됐던 불법과외 단속을 획일적으로 처리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여러 문제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고 유치원에 보낼 수 없고 고가의 과외비를 부담할 수 없어 학습지 과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양산된 교사자격증 소지자들이 상당수 학습지 방문지도교사로 흡수되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3.사교육 수요가 있는 한 단속은 또 다른 형태의 음성·변태과외를 양산할 뿐이다. 불법과외의 경우 교육부가 밝힌 것처럼 빠른 시일내에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엄중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하되 사교육수요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근본대책을 수립·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수요를 가급적 학교안으로 끌어들이고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많은 후보자들을 사교육수요를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가장싼값에 자녀교육욕구 충족/오히려 장학적관점서 지원해야/文龍鱗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1.국민들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육부가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가 하려는 일이 여러가지 있지만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애쓰는 일은 국민 모두가 크게 환영하고 반가워하는 일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불법과외를 발본색원하여 근절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관계자에 의해 제시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내용은 크게 옳은 것이었지만 학습지조차 불법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철저히 막겠다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엉뚱한 발상과 해석에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빈대를 잡으라했더니 초가집 전체에 불을 놓는 경우와 같이 말썽많은 불법과외를 잡으라 했더니 대다수 국민들의 자녀교육행위를 불법으로 몰아 금지시키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보편화한 학습지 방문지도는 부실한 학교교육을 보충하고 학부모들의 자녀교육 욕구를 가장 싼 값에, 가장 편리하게 제공하는 보충교육(補充敎育)이다. 전국에서 수백만명의 유·초·중·고등학생이 이 학습지를 통해 학교에서 미진하게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예습하고 숙달한다.

2.이런 학습지 교육이 무슨 해를 끼치기에 불법으로 규정되고 금지되어야 하는가. 한국적 교육상황에 맞게 자생적으로 자라온 건강한 사회교육체제이다. 이들이 탈세를 했는가, 직원들이 비교육적 행위를 했는가. 그들이 만든 학습지가 엉터리인가. 그렇다면 단속을 해도 좋다. 그러나 만약 그런 탈법과 비교육적 행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가장 싼 값에 가장 편리하게 부모들의 자녀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고 학교교육을 보충해 준 점을 기리어 주어야 한다.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하는 학습지도 행위는 모두가 불법」이라는 도식적인 법적 규정만으로 과외를 근절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3.가장 경제적으로 가장 편리하게, 그리고 세금을 내면서 이루어지는 과외학습 쪽으로 국민의 교육욕구를 유도하면서 비싼 값에 탈세를 하면서 비교육적 성적경쟁을 부추기는 고액·탈법·비밀과외를 근절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학습지교육은 오히려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장학적 관점에서 지도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적은비용으로 공교육 한계 보충

▲문정화(文貞華)대헌전문대 교수=교육부가 학습지 회원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부모의 소박한 소망을 저버리는 것이다. 고액 불법과외를 단속하는 것은 불법 사교육이 가계를 뒤흔들고, 공교육을 무력하게 만드는 폐단 때문이다. 이런 사교육은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폐단은 학습지 방문지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우선 학습지는 전문 연구원들이 개발해 교과목과 다른 기초지식을 골고루 다루고 있고 2만∼3만원의 저렴한 비용이 들어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충족시킨다. 물론 모든 학습지가 우수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직접 질좋은 학습지를 선택, 적은 비용으로 높은 교육효과를 얻게 하는 경제적 장점이 있다.

둘째, 공교육은 한 반에 수십명인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개인별로 그에 맞게 학습진도를 진행할 수 없고, 저마다 학습 동기부여나 생활지도를 충분히 할 수 없다. 따라서 전문교육을 받은 교사가 방문관리하는 것은 공교육의 한계를 보충할 수 있다. 교육부는 불허방침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서민가정 자녀교육 다른 대안있나

▲박미령(朴美令·34·서울 송파구 송파동)=일곱살과 네살된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예전과 달리 유치원 아이들도 기본적인 셈공부는 물론 한글을 모르는 아이가 없으며 영어 컴퓨터 예체능과목을 위해 별도로 고액과외 또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내 자식이 남보다 뒤처지게 하고싶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부모들의 심정이어서 저 또한 최소한 기본적인 과목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충해주겠다는 욕심에 학습지 방문지도(국어 영어 수학) 과외를 1년여간 이용하고 있다.

취학후에도 부족한 부분은 학습지를 통해 보충할 계획이지만 2만∼3만원하는 학습지마저도 앞으로 못하게 된다면 서민가정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할 지 걱정이다. 학교가 모든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학교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은 가정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며 저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고액과외도 학원도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저가의 방문지도식 학습지를 단속하기 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자녀에 대한 공통적인 욕구와 가정형편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습지도 엄연한 과외 “사회적 낭비”

▲이수일(李銖日) 전 교조 부위원장=우리나라 교육은 주객과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학교교육이 학원·과외에 밀리고 있고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앞지르고 있다. 학교교육도 보충·자율학습으로 본 수업이 부실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자랑하는 교육열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입시교육 경쟁열」이며 「사교육 경쟁열」이다. 이러한 입시교육열과 사교육열은 망국병이고 학교교육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중환자나 다름없다.

「학습지 방문지도」는 과외·학원과 함께 본질적으로 학교의 입시교육과 학부모 사교육열에 기생하는 입시산업으로 사회적 낭비이다. 이떤 이유로도 이를 옹호하거나 합리화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의 단속조치는 입시교육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약하는 것에 불과하다. 위험수위에 달한 이상교육열에 대한 대증요법인 셈이다. 해열제로 중병이 치료될 수는 없다. 공교육인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전두환정권의 과외금지조치가 실패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법화땐 불법고액과외 변질우려

▲정순례(鄭順禮·38·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교육부의 불법과외 엄단 방침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학습지 방문지도도 큰 틀에서 볼 때 과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마땅히 위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민가계 입장에서 볼 때 학습지 방문지도가 지닌 장점 또한 인정된다.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학습지 방문지도의 내용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얼마간의 문제지를 제공한 뒤 일주일에 1∼2회 교사가 가정을 방문, 10여분간 지도를 하고 가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학습지 방문지도의 효용과 비용을 떠나 왜 학교교육에서는 이같은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70년대 고교를 다닌 경험에 비추어보면 당시에는 충분히 학교에서 소화되던 내용인 것이다.남들이 다 하니까 내 아이도 해야한다는 식은 곤란하다. 당연히 이같은 교육의 곁가지를 넓혀나가는 것도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학습지 방문지도를 합법화할 경우 불법 고액과외로 변질될 우려도 크고 단속의 사각지대로 악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업체 110여곳·회원 500만명/교사 5만명 “실직예고” 파문/학원설립 법률에 의하면 대학생·학원만 과외허용 방문학습지도 불법 규정

학습지 「방문지도(과외)」를 불법과외로 규정하고 엄격히 단속키로 한 교육부의 불법과외 단속지침을 둘러싸고 학습지업계와 학부모, 교육학계의 논란이 거세다. 이 지침은 특히 IMF시대를 맞아 전 산업분야에서 대량 해고·실업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100여곳에 이르는 학습지업계의 타격과 5만명에 이르는 학습지교사의 실직 등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교육부가 방문지도를 불법으로 규정한 근거는 「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3조. 이 조항에 따르면 현재 과외교습이 허용된 대상은 대학(원)생과 학원 등에 한정돼 있다. 이번 조치도 교육부가 94년이후 고액 학습지판매와 사후봉사행위, 학습용테이프 등 교재판매와 사후봉사행위 등을 불법으로 규정, 단속대상으로 삼아온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학습지시장은 80년대 이래 중산층과 서민층 자녀들의 보충학습용으로 자리잡으면서 급성장해왔다. 현재 국내 학습지업체는 110여곳, 회원수는 500만명이나 된다. 학습지업체의 연매출액이 1조7,000억원에 육박하고 교사수도 약 5만명에 이른다. 수요자도 80%가 유아와 초등학생이지만 점차 중등학생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단속에 반대하는 학부모나 업계의 주장은 사교육비 시장을 형성하는 고액과외와 저가 방문학습지도는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 중학생 자녀를 둔 임정미(任貞美·42·여·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월 2만∼3만원의 학습지과외가 불법이라면 교육부가 가진 불법과외 판정기준은 도대체 뭐냐』며 『학부모는 자녀교육을 학교에만 맡기고 뒷짐지고 있으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고학력 학습지교사의 추가 실업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책은 뭔지 묻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단속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은 학습지 방문지도를 허용할 경우 유사한 형태의 변종 과외가 양산될 수 있고 업계간 경쟁이 과열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서울 구로구 M중학교 김모(34)교사는 『당장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합법화하게 되면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며 『방문지도 시간과 비용 등을 늘려 변종과외가 되면 단속기준을 정하더라도 실제 단속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권대익·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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