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조달러와 은행의 자세/류석기 논설위원(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조달러와 은행의 자세/류석기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4.15 00:00
0 0

히틀러가 패망한 1945년 5월 궤짝 몇개가 라인강을 떠내려가다 그중 하나가 암초에 부딪쳐 깨지면서 영국돈인 파운드화 수만장이 쏟아져나와 물위로 떠올랐다. 그 돈은 독일의 비밀경찰 게슈타포가 영국 경제를 교란시키기 위해 제작한 액면 2파운드짜리 위조지폐였다. 독일은 2차대전중 터키등 중립국에 위폐를 살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 중앙은행은 곧바로 전세계에서 2파운드 지폐를 회수해 신권으로 교환해 줬다.이달초 미국하원은 청문회를 열고 위폐 제작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로 달러를 만드는 대책을 논의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돈은 컬러복사가 어렵고 수명이 길며 구겨지지 않아서 자판기 사용에도 편리하다고 미 조폐국은 설명했다.

최근 경찰에 따르면 국내 유수 은행들이 위폐로 확인된 100달러 지폐 수백장을 고객에게 되돌려 줘 유통되도록 방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은행들은 「위조」라는 영문 고무인이 찍혀 반송된 위폐 원본을 원소유자에게 돌려줬다가 사건이 커지자 뒤늦게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

또 국내에선 진폐로 인정됐으나 외국에서 위폐로 판명돼 반송된 액수가 지난 4개월동안 무려 20만달러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국내 은행들의 위폐감식 능력과 도덕성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백만파운드의 손실을 감수하며 위폐를 전면 회수한 영국, 플라스틱 화폐까지 궁리하는 미국에 비해 국내 은행의 자세는 너무 안이하다. 위폐를 발견하고도 이를 되돌려줘 유통시킨 것은 화폐 위조를 방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위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구멍을 뚫든지 무슨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금명간 우리나라도 슈퍼나 백화점에서 외화 사용이 가능해지고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환전소를 차릴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위폐 감식과 처리에 관해 체계적인 대비가 없을 경우 금융교란과 국부(國富) 손실이 우려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