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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장’ 펴낸 인간문화재 홍정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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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장’ 펴낸 인간문화재 홍정실씨

입력
1998.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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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연장이 잊혀지고 있어요”/금속공예 연장을 중심 명칭·생김새·쓰임새등 공방별로 나눠 상세소개『입사(入絲·금속표면에 은실 또는 금실을 박아넣는 기법)공예 한 가지에만30여 가지의 연장이 사용됩니다. 쪼음정 쪼음망치 입사마치 송곳정 각도(角刀·은실 끊는 칼) 조이틀 숯풍로 눈깔정 걸음쇠…. 그러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작품을 깎고 다듬는 우리 전통연장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다시피 해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금속공예에 쓰는 연장을 중심으로 명칭과 생김새, 쓰임새등을 정리해보았어요』

인간문화재 홍정실(洪正實·51·중요무형문화재 제78호 입사장기능보유자)씨는 「한국의 연장」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전통공구만을 소재로 이만한 단행본이 나온 것은 처음. 『걸음쇠는 컴퍼스나 디바이더, 금속표면을 매끄럽게 깎아내는 가질은 폴리싱, 쇳물을 붓는 부질은 주물 아니면 캐스팅으로만 알고 있어요. 공예가도 학생도 서양공구와 기법에만 의존하고 우리 몸에 익은 전통연장을 만들어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창조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도 장애가 됩니다』

원광대 금속공학과 교수인 홍씨는 강의와 연구로 바쁜 시간을 틈내 인간문화재등 각 분야 장인을 찾아다니며 전통연장의 정확한 명칭을 확인하고 사진찍고 기록하고 분석했다. 그러기를 벌써 10여년째.

이 책은 전통연장의 역사를 대략 훑은 다음 대장간 부질간 유기간 가질간 은방(은이나 금을 사용해 기물을 만드는 공방) 장석방(목가구의 금속제장식을 만드는 공방) 수저간 연죽간(담뱃대 만드는 공방)등 공방별로 나눠 각종 연장을 낱낱이 소개했다.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금속공예에 관해서는 체계적인 정리작업을 했어요. 그 전통이 이어져 지금은 어느 분야라도 장인의 계보가 수십명씩 되고 가문마다 양식이 다 다릅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칼제조, 주물, 금박기술등이 완전히 끊겼지요. 지금은 사라진 연장도 많습니다』 홍씨는 이 책에 담지 못한 목공구와 도자(陶瓷)공구, 장신구연장등을 계속 정리하는 한편 장인의 입장에서 쓴 「조선의 금속공예」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길금(吉金)공예연구소. 2만5,000원.(02)556­5376 <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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