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희미하고 끊어지면 불안/왼편 치우치면 위축된 상태/인지발달·가족관계 등 나타나 평소행동과 연관 이해해야초등 2년 아들(8)이 그린 그림을 들여다 보던 김영은(35·여·서울 강동구 성내동)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바닷속 풍경을 그린 그림은 구도 색채등에서 썩 괜찮았지만 문어와 게 열대어등이 모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평소 몸이 약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던 아이의 억눌린 기분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말보다 정확하다.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욕구와 희망 좌절감등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소아정신과전문의 김은혜(마음샘 소아청소년크리닉)씨는 『어린이의 그림을 통해 정서적인 문제와 인지발달정도, 가족관계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빨갛게 그린다든지 자신감이 없는 아이가 도화지 한 쪽 귀퉁이에 그림을 조그맣게 그리는 것등이 단적인 예. 그는 『몇가지 원칙을 알고 그림을 보면 평소 파악하기 힘든 아이의 상태를 읽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림치료전문가들이 아동에게 흔히 그리게 하는 것이 자화상 가족화 집 나무 사람등. 아동이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물들이다. 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안정적인지, 특정부위를 강조하거나 생략하는지, 한 가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닌지, 공간활용은 어떻게 하는지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국립정신병원 미술치료사 박현희씨는 『선이 희미하고 자주 끊어지면 소심하고 불안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림의 배치도 의미가 크다. 그림이 화면 왼편으로 치우치면 위축된 상태, 오른쪽에 치우치면 충동적인 성격을 암시한다. 위쪽에 주로 그리면 들뜬 상태, 아래쪽으로 그리면 우울한 성향을 나타낸다. 나무그림에서 나무의 둥치는 정서적인 영역을 의미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나무둥치를 크게 그리다가 점점 사실에 가까운 비율로 그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람그림에서는 손을 그렸는지가 중요하다. 손이 없으면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 사람그림에 성기를 그리는 어린이도 있다. 심리학이론에 따르면 이 어린이는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에 해당된다. 나무가 웃고 있는 것은 나무를 의인화하는 아이의 상상력이기도 하지만 성격적으로 미숙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을 역설적으로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임상예술학회 신상철(축령청년병원 원장) 회장은 『아이의 그림을 이론에 단순대응하는 것보다는 평소 행동과 연관시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원장은 『그림 그리기는 일종의 감정표현이므로 그 자체로 치료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그는 『찰흙, 풀을 이용한 그림등 여러 재료를 이용해 억눌린 감정을 충분히 표출하도록 도와주라』고 권한다. 완성된 그림에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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