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한 당국자회담은 13일 현재 사흘간의 마라톤회담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다. 새 정부들어 첫 남북당국자 접촉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변화와 함께 회담의 성공적 결실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북측의 변하지 않는 자세에 실망하고 있다. 95년 대북 쌀지원을 위한 접촉이후 3년 9개월만에 이뤄진 남북당국자 대화가 다시 성과없이 끝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북한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양측은 이미 대표 기조연설등을 통해 양측입장을 명백히 한바 있다. 북한측은 당초 비료 20만톤의 긴급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당국자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회담이 계속될수록 요구량도 대폭 늘어나고 또 일시공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도 선(先)지원, 후(後)관계개선 논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비료를 먼저 줘야 이산가족등 현안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분히 과거의 「쌀회담」방식이다. 쌀만 주면 경협을 논의할 수 있고, 인도적 차원에서 피랍 우성호 선원을 송환해 줄 수도 있으며, 대남 비방방송도 중지할 수 있다고 북측은 95년 쌀회담에서 주장했지만, 쌀을 받은 후엔 이런저런 이유로 등을 돌려버렸다.
우리측은 이산가족문제와 특사교환 등 북측이 현안문제해결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비료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95년 대북 쌀회담 때의 실패를 다시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변화된 환경을 인식해야 한다. 「변화된 환경」이란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새정부가 여론 뒷받침없는 일은 결코 할수도 없을 뿐아니라 또 하지도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국민동의 과정을 생략한채 밀실에서 결정한후 밀어붙였던 과거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북한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또 새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북정책을 투명하게 추진할 것임을 밝힌바 있다. 더구나 IMF사태를 맞아 하루에도 1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남한의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점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새 정부가 과거처럼 남북문제해결을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북한의 식량난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농방법의 개선등 우리측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올 농사를 위해서는 비료가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지도층이 예전같은 전술전략 차원으로 대한다면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
거듭 지적하지만 북한이 먼저 이같은 환경변화를 인식하지 않고는 회담이 진전되기 어렵다. 정부가 북한의 변화를 충분히 인식한 연후 경협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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