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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없이 개혁없다/金鎭炫·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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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없이 개혁없다/金鎭炫·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입력
199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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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슬픈 일은 이 굴절 많은 역사의 마디에서 백성들이 용서할 수 있는 참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역사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할린 히로시마 쿠바 우즈베키스탄 만주에는 아직도 일제(日帝)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생명과 원혼들이 떠돌고 다녀도 일본으로부터 말장난 밖에는 들리는 것이 없다.아무리 일본이 세계최대채권(債權)국, 최대외환보유, 예수이래 최저 금리국이라 해도 세계최대채무국인 미국의 한 「신용」평가 기관의 평점에 울고 웃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용의 힘, 정직의 힘, 도덕의 힘에서 철저히 뒤지기 때문이다. 국민으로서 정말 슬픈 일은 참회의 몇마디라도 남겼어야 할 김일성(金日成)이가 그냥 갔고 오늘의 이 「6·25 이후 최대 국난」의 원죄에 책임질 역대 지도자(산 자건 죽은 자건, 여건 야건)들에게서 한마디 참회는 커녕 정직한 반성의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86년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50억달러에 이르자 정부는 87년을 기점으로 91년 균형을 목표로 하는 적자해소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91년 적자는 거꾸로 100억달러로 개악돼 오늘 환란(換亂)의 싹이 됐다. 그러나 그 장관은 정권을 바꾸어가며 부총리를 연이어 했다. 환란을 당하여 자진하여 물러난 사람은 재경원의 1급 관리 한사람 뿐이다. 감사원에서는 강경식 김인호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철저히 조사하여 다시는 「행정」과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병은 기업과 금융의 부실과 외채로 나타났지만 그것은 외형(外形)이요 종범(從犯)일 뿐이며 고비용 고신용파괴의 정치와 사회낭비가 핵심이요 주범(主犯)이다. 6·25 이후 최대국난을 맞이하고도 고비용 저효율의 주범이 개혁되지 않는한 IMF위기는 계속되고 다음차례 환경(環境)IMF를 극복할 수 없다.

지난 4개월간 이나라 지도자들의 몸짓은 여전히 국민들을 슬프게 만든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부총리 총리들의 국회답변에서는 『나는 경제전문가라 정치는 잘 몰라 답변키 어렵다』는 해괴한 말이 있었다. 이제 전직 부총리 총리들에게서 『나는 경제는 잘 몰라 환란과 6·25 이후 최대 위기의 책임이 없다』는 몸짓을 읽게 된다.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병은 금융·기업인만 잘못하여 오지 않는다. 부총리 총리 대통령 그리고 한 사회통합의 책임처인 정치와 국회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만 잘못하여 이런 큰 위기가 오지 않는다. 근대화 과정 37년의 큰 줄기, 즉 물신주의, 도덕파괴적 국민총생산(GNP)신화, 구체적으로 몇천억씩 사복을 채우는 지도자들과 거기에 공범하는 고위 공직자들에 있다.

정말 지도자들의 참회를 듣고 싶다. 그래야 4,000만의 눈물과 고통을 요구하는 개혁의 물굽이가 제대로 돈다. 참회가 싫으면 침묵이라는 겸손만이라도. 부패의 기적을 만든 자가 경제의 기적을 논하고 독재공화국의 적자(嫡子)가 정치를 가로막고, 도저히 환란에서 면책될 수 없는 부총리 총리들이 감투를 탐하고 선거에 뛰어드는 짓들은 이 땅의 도덕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불신을 키운다. 솔직한 자서전, 참회의 회고록을 쓰는 지도자들이 나와야 이땅에 신뢰가 서고 그래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신용, 신뢰가 최고의 효율이다. 정직의 착함(善進化) 없이 효율의 선진화(先進化)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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