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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고통분담/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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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고통분담/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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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획예산위원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의 강연 내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화제다. 『개혁을 위한 더 없는 호기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다만 그 고통을 어떻게 공평하게 분담시키느냐가 문제다. 그러나 재벌은 관망만 하고 있다』IMF체제하에서 실업 이상의 고통은 없다. 대기업들의 정리해고가 임박해 실직의 고통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실직자를 돕기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봉급의 일정금액을 실업기금에 넣고 있고 실직자 지원목적으로 개발된 통장을 개설하는 사람이 늘고있다. 실직자돕기 성금모금의 열기도 뜨겁다.

그러나 고통분담대열에 정작 재벌은 보이지 않는다. 골프장에 안가기로 했다는 정도다. 언제 거리로 내몰릴 지 모를 같은 처지의 봉급생활자들끼리 서로 보듬는 모습 뿐이다.

이제 재벌이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본격 정리해고를 앞둔 재벌이 고통분담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이 정리해고의 당위성만 외칠 것이 아니라 비자금과 은닉재산을 털어 실업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벌의 반론도 없지 않다. 『재벌을 자선사업가로 왜곡말라. 돈은 경영에 투입해야 효율적이다. 은닉재산은 없다. 자본주의에서 돈을 강제로 환수할 수 있는가』 옳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하다. 봉급생활자에게는 봉급이 전부다.

이들의 봉급에서 일부를 떼어내 기금을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재벌이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벗을 절호의 기회를 맞고있다. 고통분담에 대한 재벌의 가시적 참여가 없다면 기업경영도 더 큰 시련을 맞으리라는 것은 재벌이 더 잘 알 것이다. 실업자가 폭증할 때 그 시회적 압력이 어디로 몰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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