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순이가…”“언니맞아…”/명순씨 부산 남동생집서 중국에 전화/두마디 대화로 63년단절 혈육의정 확인/“비행기로 모실테니 타기만…” 눈시울『나 문명순인디 기억하겠소?』 『니가 명순이가』 63년동안 생사를 모르고 지냈던 형제는 단 두마디의 전화통화로 혈육을 금방 확인했다.
일본군 군대위안부로 끌려간 뒤 평생을 중국땅에서 살아온 문명금(文命今·81)할머니가 13일 오후1시15분부터 30여분간 여동생 명순(命順·77·전남 여수시 미평동) 남동생 길호(吉鎬·70)씨와 국제통화를 통해 극적으로 상봉했다.
명순씨는 이날 부산 수영구 광안1동 길호씨 집에서 중국으로 전화를 걸어 명금할머니의 『니가 명순이가』라는 말 한마디에 『언니가 맞아』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어찌 그리 목소리까지 닮았느냐』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동생은 『언니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다. 언제 한국으로 올 수 있느냐』고 재촉했다. 『이제 힘이 없어 아무데도 못가겠다』는 언니의 말에 애가 탄 동생은 『비행기로 편하게 모실테니 타기만 하면 돼요』라며 연신 눈물을 쏟았다.
명금할머니는 당초 고향이 경남 하동군 하동읍 화심리라고 말했으나 동생들이 전남 광양군 진상면 구황리(현 황죽리)라고 고쳐주자 『구황리가 맞는것 같다. 정확하게 몰라서 그랬다』고 말했다.
남동생 길호씨는 『「어릴때 집 떠나면서 돈벌어 올테니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느냐』며 명금할머니에게 물었다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자 『왜 그것도 몰라요』라며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애를 쓰며 눈시울을 적셨다.
언니는 동생들에게 부모님 소식을 물었다가 「돌아가셨다」는 대답을 듣자 한동안 흐느끼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옆에 있던 재중동포 백옥란(白玉蘭·55·여)씨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명순씨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언니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며 『언니가 돌아오면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했다. 길호씨도 『평생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왔을 누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말을 잇지 못하겠다』며 『이른 시일내에 고국으로 모셔올 수 있도록 당국이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명순씨와 길호씨 남매는 그동안 서로 생활에 쫓겨 연락도 못하다 이날 명금할머니와 전화통화를 위해 명순씨가 여수에서 동생집으로 달려와 10여년만에 가족상봉의 기쁨도 나누었다.
전날밤을 뜬눈으로 지샜다는 명순씨 남매는 『언니의 불행은 당시 힘이 약했던 우리 민족의 비극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가족을 찾아준 한국일보社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부산=한창만·정창효 기자>부산=한창만·정창효>
◎“文할머니 모국방문 후원회 추진”/정신대硏 정진성소장·혜진스님 “정부도 국내방문 적극지원을”
일본군 위안부 출신 문명금(文明今·81)할머니를 중국에서 처음 발견한 한국정신대연구소장 정진성(鄭鎭星·서울대 사회학과)교수와 나눔의 집 혜진(慧眞)스님은 13일 『문할머니의 가족을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가족을 찾은 문할머니의 가족상봉이 이루어지도록 모국방문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후원회를 조직하겠다』면서 『정부도 해외거주 위안부할머니들의 국내방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교수와 혜진스님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4일. 중국내에 위안부출신 할머니들이 생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비로 현지를 찾은 이들은 러시아접경 오지인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순우(孫吳)현 경로당에서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문할머니를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문할머니는 18세때인 35년 일본군에게 중국으로 끌려온 과정과 10여년간 위안부로 겪은 끔찍한 기억뿐만 아니라 가족들 이름까지 정확하게 증언하면서 『고국에 살아있을 가족들을 찾아달라』며 정교수 등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그칠줄 몰랐다.
혜진스님은 『문할머니가 팔순의 나이에도 60여년전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한국일보社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혜진스님과 정교수는 『중국 현지에서 확인한 한국인위안부 15명은 중국정부로부터 최소한의 생활보조금밖에 받지 못해 비참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국적회복은 어려울지 몰라도 고국방문 등에는 우리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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