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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금속활자본 御試策은 16세기 조선 목활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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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금속활자본 御試策은 16세기 조선 목활자본”

입력
1998.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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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서지학자 千惠鳳씨 中 세계최고주장 반박중국학계가 최근 세계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고 내세운 베이징(北京)도서관소장 「어시책(御試策)」은 16세기 조선에서 목활자로 인쇄된 책이라는 주장이 국내에서 제기됐다. 어시책은 원나라 관리등용시험의 모범답안을 모은 책으로 중국측은 이 어시책이 1341∼1345년 원시대에 인쇄됐다고 주장했다.

원로서지학자 천혜봉(千惠鳳·72)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최근 「古書(고서) 제5호」(한국고서협회 발행)에 발표한 「을해소자체목활자본(乙亥小字體木活字本) 어시책」이라는 논문에서 『어시책은 16세기 전기인 중종 연간에 목활자로 인쇄됐다』고 밝혔다. 중국측은 최근 들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은 국제적인 공인을 받은 고려의 직지심체요절(1377년)이 아니라 어시책이라는 주장을 해왔는데 천교수의 반론은 중국측 주장이 허구임을 밝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천교수는 『조선선비들의 학습서였던 어시책은 세조와 성종 연간, 성종후기∼연산군초, 인종 연간에 동활자인 을해소자등으로, 이어 중종 연간에 을해소자를 본 뜬 목활자(을해소자체목활자)로 인쇄됐다』며 『문제의 어시책은 중종 때 목활자로 인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이 중종 연간에 인쇄된 근거로 『문제의 어시책과 동일한 활자로 찍은 조선의 과거모범답안 「동인책선(東人策選)」이 있는데 여기에 연산군4년(1498) 무오사화 때 숨진 김일손(金馹孫·1464년 출생)등의 글이 실려 있다. 이들은 중종반정(1506년)이후에야 복권됐기 때문에 이들의 글이 실린 동인책선, 문제의 어시책은 중종연간에 찍은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목활자본이라는 증거로 ▲칼로 새긴 흔적이 있고 ▲활자의 크기와 너비가 고르지 않고 ▲글자 모양이 서로 차이가 나며 ▲동활자와 달리 글자 획이 굵고 가는 차이가 있는 점등을 들었다.

중국학자들은 지난해 9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문화유산의 해」를 기념해 개최한 「동서인쇄문화 국제심포지엄」에서 베이징도서관 소장 어시책을 내세워 금속활자인쇄술의 중국기원설을 주장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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