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3년 탈옥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절도범 조세형(趙世衡)씨가 다시 뉴스의 인물로 떠올랐다. 절도사건 사상 최고형이었던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고 15년째 복역중인 그는 최근 보호감호에 항의하는 재심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보호감호를 규정한 사회보호법 5조1항에 대해 지난 89년 위헌판결을 내린바 있다.조세형씨의 재심청구에 대한 보도(한국일보 11일자 23면)에서 우리는 두가지 점을 주목한다. 첫째는 82년 당시 조씨가 훔친 금품목록을 수사기관이 축소조작했다는 부분이다. 조씨는 훔친 액수를 줄이면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무기징역이 구형되자 배신감에서 탈옥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범인을 검거하면 으레 혐의사실을 침소봉대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생리인데, 피해자가 경제부총리라는 이유로 5억원상당의 유가증권 피해를 숨겨주고 700여만원짜리 다이아몬드 한개가 피해의 전부인 양 조작했다니 어이가 없다. 수사기관은 또 재벌 회장집에서 훔친 2억6,000여만원 상당의 보석을 1억6,000만원어치로 축소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당시 국민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가. 이 사건으로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었다. 2심재판중 탈주했다가 붙잡힌 조씨는 자신을 대도(大盜)라 부르는 데 항의해 『대도는 따로 있다. 나는 좀도둑에 불과하다』고 항변하여 더욱 화제가 됐다. 당시 일부에서는 그를 「의적」이라고도 불렀다. 훔친 보석을 서울역 걸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가 탈주 115시간만에 총을 맞고 붙잡히자 애석해 하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수사기관의 범죄축소 조작은 이런 국민 정서를 겁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미 위헌 판결이 내려진 보호감호에 대한 부분이다. 절도사건 사상 최고형인 15년형을 다 채운 그가 보호감호 10년의 가중처벌에 항의하는 재심을 청구한 것은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신군부시대의 산물인 사회보호법이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조씨에 대한 보호감호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상최대의 절도범이라지만 사람을 해친 일이 없는 그를 15년이나 가두어 두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신앙에 귀의한 그는 『이제 모든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보호법으로 추가되는 형벌은 중지돼야 한다. 그보다 더한 범죄인들에게도 사면혜택이 내려지곤 하던 여러 사례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가 무슨 「특별한 도둑」이어서가 아니라 인권보호의 측면에서 그는 이제 석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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