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30년’ 종식 ‘평화의 봄’ 활짝/22개월 산고 끝/신·구교도 극적 타협/자치시대 출발10일 오후 5시20분(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스터몬트성. 북아일랜드호가 분쟁과 유혈의 강을 건너 평화의 바다로 출항을 했다. 북아일랜드 관련 7개 정파가 참여해 이날 체결한 평화협정은 북아일랜드 신구교간의 400년에 걸친 반목과 3,200여명의 희생자를 낸 29년간의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일랜드와의 통합 가능성을 담는 어떠한 협정도 거부하며 오로지 영국령 존속을 주장하는 신교도측과 통일 및 영국배격을 외치는 구교도간의 극한 대립속에서 22개월간 진행된 평화협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막판까지 신페인당 회담 철수, 얼스터 연합당의 협정 서명 거부 등으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 이날 극적 타결을 보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버티 어헌 아일랜드총리는 회담이 교착될 때마다 나서 타결을 위한 노력을 했고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역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이러한 산고 속에 신구교간 정치적 해결을 본 평화협정은 72년부터 지속된 영국 직할 체제의 종언을 고하고 신설될 북아일랜드 의회 등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북아일랜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치체제의 길을 열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그동안 고집해왔던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토권, 통치권을 철회하고 북아일랜드 주민자치원칙을 준수하기로 했다.
평화협정의 또 하나의 큰 성과는 아일랜드공화군(IRA) 등 준군사조직의 무장해제를 통한 유혈 종식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평화의 바다에 나선 북아일랜드호의 순항 여부는 이제 외국의 지원이 아닌 북아일랜드 신구교도들 자신과 영국, 아일랜드 정부의 평화협정 준수 여하에 달려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5개항
·북아일랜드의회 구성
·북아일랜드아일랜드간 각료회의 구성
·북아일랜드아일랜드영국간 회의기구 구성
·아일랜드 헌법개정
·준군사조직 무장해제
◎북아일랜드 분쟁사
·1600∼1700년:스코틀랜드 신교도, 아일랜드 북부지역에 정착
·1801년:영국,아일랜드 합병
·1916년:아일랜드 대영 독립투쟁 개시
·1921∼22년:아일랜드 독립 신교도가 다수인 북부 6개주는 영국잔류
·70∼71년:아일랜드 공화군(IRA) 대영 무장투쟁 개시
·72년:영국,북아일랜드 직할통치 시작
·94년:IRA,무장투쟁 25년만에 휴전 선언
·96년 6월:신페인당 불참속 평화협상 개시
·97년 9월:토니 블레어 영국총리,IRA의 휴전 조건부 신페인당에 협상 참여 제의
·98년 4월10일:평화협정 서명
◎남은 과제와 일정/주민투표통과 兩國의회 승인 등 앞길 아직 난관/강경파 이견조정 관건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담보해 주는 확실한 「안전장치」가 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왕당파의용군(LVF)과 아일랜드민족해방군(INLA)등 일부 극단주의 세력이 협상타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우선 수주내에 평화협정이 주민투표에서 가결돼야하는 등 몇가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5월22일 예정된 주민투표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같은 날 실시된다. 평화협정은 과반수찬성으로 통과되지만 현재로선 투표율이나 찬반비율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투표에서 통과되더라도 영국의회와 아일랜드의회의 승인이라는 또다른 장애가 기다리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회의 의석분포상 평화협상 실행에 필요한 부수법안심의가 일사분란하게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총선을 통해 북아일랜드 의회가 순조롭게 구성될 지 여부. 108명의 의원을 선출할 총선은 6월 실시될 예정이지만 선거운동과정에서, 그리고 선거결과에 대해 강·온파 간의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5월 실시된 선거에서 각각 13.5%와 1.67%의 득표를 한 민주통일당과 연합왕국통일당은 이미 평화협정에 대한 반대운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결국 이번 평화협정의 성공여부는 지금까지 반목과 대립의 악순환을 거듭해온 북아일랜드 각정파, 특히 무장투쟁단체간의 이견조정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의 제리 애덤스 당수가 협상타결에도 불구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데는 아직 가야할 먼 길이 남아 있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장현규 기자>장현규>
◎평화협상 주역들
▷토니 블레어(영국 총리)◁
“역사의 짐이 마침내 우리 어깨에서 내려지기 시작했다”
역할:영국 총리로는 76년만에 처음으로 IRA 정치지도자인 신페인당 당수를 면담. 휴전을 조건으로 협상에 참여토록 함. 북아일랜드 자치에 반대하는 영국의회내 연합론자들의 반발을 이겨냄.
성과:영국인에게 평화를 안겨다 줌. 정치적 권위와 개인적 명예를 높이고 대영국주의에 한발 다가섬.
▷제리 애덤스(신페인당당수)◁
“아일랜드인의 영원한 평호를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역할:70년대 IRA의 지휘자. IRA의 정치기구인 신페인당을 이끌며 97년 휴전에 동의. 9개월째 평화를 지킴. 「테러의 상진」이었던 IRA의 이미지를 바꾸고 미국을 방문,빌 클린턴 대통령과 면담.
성과:장래 아일랜드와 합쳐 통일 아일랜드를 이룩. 영국이 억류하고 있는 IRA포로들의 조기석방 기대.
▷버티 어헌(아일랜드 총리)◁
“오늘의 협정으로 우리는 폭력자들에게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접수했다.”
역할:아일랜드의 반(反) 영국정당인 피아나페일당 당수로 협상과정에서 북아일랜드의 구교도로부터 높은 신뢰 얻음. 아버지가 IRA 단원으로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참여.
성과:북아일랜드의 위상 정립에 영국과 동등하게 참여. 평화정착으로 관광수입 늘고 외국인투자 활성화.
▷조지 미첼(전 미 상원의원)◁
“경찰관 뒤통수에 총을 쏘는 데는 용기가 필요없다. 진실로 용기가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마당에서 경쟁할 때이다.”
역할:아일랜드계로 평화협상 의장을 맡아 중립성을 유지. 타결시한을 3일 앞두고 초안을 제출,협상타결을 유도.
성과:「피의 조국」에 영원한 「평화의 봄」을 가져다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