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목표·방향갖고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 단호히 개혁해 나가야”남덕우(南悳祐) 전 국무총리는 10일 오전 기획예산위원회에서 기획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개혁의 성공을 위하여」란 제목으로 특별강연을 갖고 『분명한 목표와 방향아래 단호히 개혁을 추진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다음은 남전총리의 강연내용 요약.<편집자>편집자>
개혁은 실패할 수도 있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개혁주도세력과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잡고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즉흥적으로 개혁에 도전하면 어려울뿐 아니라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부딪친다.
우리가 추진해야 할 경제개혁의 목표는 민간주도의 시장관리방식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매력적인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굳은 의지와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의지와 리더십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개혁작업은 다소 빗나가고 있다. 우선 개편된 정부조직에 문제가 많다. 예산기능이 청와대 재경부 예산청으로 3분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 같다. 기획예산위원장이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국회에 나가 답변할 수 없다. 정치적 흥정의 결과로 정부의 개혁의지나 비전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정책 조정기능도 없다. 개혁업무를 통괄 조정하는 강력한 기능이 필요한데 분명치않다. 이론적으로 총리가 그 기능을 담당해야 하지만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총리가 과연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책조정위원회를 두고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다고 하지만 대통령의 속단과 독단가능성이 높다. 직무부담이 과중해 국정 전반을 보기도 어렵다. 비서실의 비대화, 내각의 무력화, 국회와의 마찰소지가 있다. 개혁추진의 중심체를 두지않는 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개혁프로그램의 전체 모습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날마다 개혁 개혁하고 있으나 끝은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때문에 기업인들은 사업계획도 못세우고 바라만 보고있다. 재벌들은 사실 현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다. 재벌들은 「우리가 망하면 한국경제가 모두 망한다」는 생각도 갖고있는 듯하다.
프로그램에 맞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금융기관을 통해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먼저 금융을 제자리에 놓고 감독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정치적 중립이 필수다. 감독원을 감사원과 같은 헌법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특수법인이고 금융감독위원회는 총리직속으로 2원화돼 있다.
정치권은 민간 금융기관의 인사에 개입하지말아야 하며 청탁도 해서는 안된다. 최근 은행주총에서 기존 은행장들이 재선됐다고 해서 정치권이 불만을 말하고 은감원이 개입할 뜻을 비췄다. 정부가 형편에 따라 이래라 저래라하면 관치금융과 다를 바없다. 기아나 한보등의 처리도 채권은행이 해야 할일이다. 채권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당국은 분명한 방침이 없어 부실상태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개혁의 목적과 원칙을 지키고 현실과 타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5년안에 이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큰 줄거리만 잡아야한다. 모두를 개혁하려면 불확실성만 높아간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완전한 실업구제는 불가능하다. 실업방지와 개혁중 택일해야 한다면 개혁이다. 국민저축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실직자를 돕기위해 월급의 일정률을 저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개혁의 우선 순위는 금융 기업 정부다.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개혁다운 개혁을 못할 것 같아 아쉽다. 정치권의 협력없이 개혁성공은 불가능하다. 당리당략을 초월해 개혁관련법은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각 당은 개혁의 비전과 목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정리=이종재 기자>정리=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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