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印尼 사태 등 사실상 조율숨가빴던 한 주의 드라마가 펼쳐진 무대는 뉴욕, 런던, 도쿄(東京) 등 세계 각국의 외환시장이었다. 주인공은 엔화. 한국과 인도네시아, 국제통화기금(IMF)도 조연을 맡았지만 연출과 총감독은 단연 미국이었다.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을 「AAA, 안정적」에서 「AAA,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엔화폭락에 불을 당긴 것은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였다.
엔화폭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에 과감한 경기부양 대책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나온 미국의 입장표명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것이었다.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 9일 마침내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았다.
10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 폭등한 것도 전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계기였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또 『엔화안정을 위해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때부터 외환시장에 달러를 풀기 시작했다.
한국의 외평채도 미국의 골드만 삭스와 살로먼 스미스 바니를 주간사로 월가에서 미국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됐다. 3주일간에 걸친 인도네시아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구제금융협상을 지휘한 것도 다름아닌 미 재무부였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의 힘이 입증된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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