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취재팀 16년만에 재판기록입수/前고위관리·재벌회장등 피해액 줄여 신고/“수사왜곡 불만커 폭로하려 탈주했다” 진술도82년 재벌회장과 고위 공직자 집만을 골라 금품을 훔쳐오다 붙잡혀 83년 2심재판중 탈주했던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54)의 절도총액이 10억여원(당시 가격)이었음이 16년만에 밝혀졌다.
또 조세형 검거당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축소신고했으며 경찰도 피해품 내역을 줄여 절반으로 축소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본사 취재팀이 10일 입수한 당시 재판기록에서 확인됐다.
1심 재판기록에 따르면 당시 고위 경제관료였던 김모씨는 조세형에게 제일제당 약속어음 1,000만원권 12매 1억2000만원, 기아산업 보증사채 1,000만원권 5매 5,000만원 등 약속어음과 보증사채 127장을 포함 5억여원 상당을 털렸는데도 700여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만 도난당한 것으로 발표됐다.
또 H제지 회장인 이모씨는 3.5캐럿 원형 다이아몬드 2개 2,300만원, 5.6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1개 5,200만원, 4.1캐럿 4각 다이아몬드 반지 1개 3,800만원, 나비형 비취 브로우치 2개 1,000만원, 기와집형 비취 반지 3개 2,000만원, 사파이어 15개 2,000만원, 스타 루비 2개 3,000만원, 3캐럿 루비 2개 4,800만원, 8각 카르티에 여자시계 1개 2,000만원 등 모두 2억6,000여만원 상당을 도난당했는데도 경찰은 피해액을 1억5,000만원으로 추정했다. 피해자들은 또 신분 노출을 꺼려 가정부나 운전사, 부인등의 이름으로 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의원을 지낸 신모씨는 5.75캐럿의 물방울다이아몬드 1개 2,000만원, 3.75캐럿 다이아몬드 1개 1,000만원, 여성용 필립박금시계 1개 500만원등 4,200만원상당을 털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피해품중 3캐럿을 넘는 다이아몬드와 비취목걸이 루비 오팔반지등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으나 경찰은 이를 2,000만∼3,000만원으로 계산, 피해액을 줄였다. 보석상들에 따르면 현재 3.5 캐럿 다이아몬드는 최상급이 개당 7,000만∼8,000만원을 호가하지만 실제 최상급 다이아몬드는 시중에서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아 부르는게 값이다. 특히 2,000만원으로 계산된 8각 카르티에 여자시계는 최고 상류층들이 주로 구입하며 개당 가격이 20평 아파트 1채 값(1억원이상)이다. 이 시계는 줄자체가 백금이며 다이아몬드가 곳곳에 박혀있는 보석시계다.
한편 조세형은 검거직후 경찰에서 『김모씨 집에서 훔친 유가증권액수는 모두 8억원』이라고 진술했으나 김씨는 피해자 이름을 이성호로 해 5억원을 털린 것으로 신고, 피해액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조는 검찰에서 『수사가 왜곡된 것에 불만이 커 도주해 이를 폭로하려고 탈주했다』고 동기를 밝히고 『내가 진술한 피해자의 이름이 바뀌고 피해액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에 검거됐을 때 1차 수사장소인 이화파출소에서 5억원 상당의 피해품목을 모두 자백했는데도 담당경찰관이 상부에 전화한뒤 액수를 줄이라고 했다』고 진술, 경찰이 파문을 우려해 피해액수를 줄였음을 폭로했다.<박정철·이영태 기자>
◎조세형은 누구/유명인사집만 털어 ‘大盜’등으로 불려
「단군이래 최대의 도둑」 「한국의 빠삐용」 「의적(義賊)」 「대도(大盜)」등으로 불린 조세형(趙世衡·54)은 82년 11월 27일 경찰에 체포되면서 부터 뉴스메이커가 됐다.
유명인사들의 집만 골라 값비싼 귀중품만 털었기 때문이다. 검거당시 그의 집자체가 보석상이었다. 장물중 「물방울 다이어몬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듣지도 못한 것이어서 화제가 됐었다.
그는 또 훔친 보석을 거지들에게 나눠주어 「의적」으로, 83년 4월 2심 재판도중 법원 구치감 창문을 통해 탈주해 「한국의 빠삐용」으로 불렸다. 탈주행각은 115시간만에 경찰이 쏜 총탄을 맞고 검거되면서 끝났다.
중졸인 그는 탈주한 뒤 특수도주죄가 추가돼 징역 15년에 보호감호 10년형을 선고받아 절도범으로서는 사상 최고형을 선고받은 기록을 세웠다.
청송교도소에서 15년째 독방 수감생활을 하다가 지난달초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그는 보호감호를 규정한 구(舊) 사회보호법 5조1항이 89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사실을 알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지법에 재심을 청구, 22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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