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특별감사를 벌여온 감사원은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 청와대경제수석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간 환란(換亂)의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징벌하는 작업이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이른바 「6·25이래의 최대국난」이란 환란을 초래해 온 국민을 엄청난 고통과 실의(失意)에 빠뜨린 경제파국의 책임규명이 몇사람의 관련 고위 공직자 처벌로 매듭 지어버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또 고도의 경험과 기술적 판단을 요구하는 경제정책의 결정과 집행과정을 검찰수사의 사법적 잣대로 재단(裁斷)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우선 의문을 갖는다.
환란의 진실한 실체를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의 본질은 도대체 우리 경제를 덮친 위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사태가 그 지경으로까지 끌려 갔으며 이유는 무엇이고 또 단계별로 누가 어떤 잘못과 책임이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자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자는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면 당연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 대상이 국가경영을 책임맡은 경우라면 더 더욱 다음 사람에게도 두고두고 경종이 될 수 있는 엄중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환란이란 국가적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원인 규명작업이 격앙된 국민감정이나 누그러뜨리고 보자는 식의 마녀사냥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감사원이 밝혀 낸 것은 외환위기가 초래된 경위일뿐 원인의 경제적 실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외환위기 책임론에 대해 『밤늦게 자동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냈을 경우 이를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이냐. 운전자의 실수도 있고 길이 미끄러웠던 탓도 있다. 에어백이 없고 길에 안전난간이 없었던 것도 대형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며 원인의 복합성을 지적했다.
환란이 초래될 때까지 정부의 누적된 정책실패는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또 기업과 국민들은 어떤 잘못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종합적 성찰이 있어야 위기 실체 규명의 뜻이 있다. 그래야 제2의 환란도 예방될 수 있다.
외환위기란 중대상황 보고를 지연한 것이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보고를 제때했다고 IMF상황이 달라졌을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금 찾으려는 해답의 본질도 아니다. 검찰수사의 법적 잣대만으로는 환란의 본질적인 실체를 찾을 수 없다.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진실 규명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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