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5억달러 투자 제안/영화계 “부당압력땐 강경대응”「한국영화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스크린 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 규정)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져 영화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영화협회(MPAA) 제프리 하디 아시아·태평양담당 부회장은 7,8일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를 잇따라 방문하고 『스크린 쿼터제를 없애면, 멀티플렉스극장(복합관)에 5억달러 규모를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색다른 제안을 했다. IMF체제하에서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한국의 분위기를 읽은 듯한 제안이다. 이에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스크린 쿼터제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원칙론을 밝히고 『영화인들과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한·미통상협의체 회의에서도 스크린 쿼터제의 부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압력이 다시 가시화하자 영화계는 분노와 관망의 자세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스크린 쿼터 감시단은 10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아직 크게 불거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하겠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전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 대처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감시단의 양기환 사무국장은 『스크린쿼터제는 단순한 시장경제논리가 아니라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문화적 논리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라며 『통상 관련 부처의 담당자에게 사실을 인식시키는 대화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이 영화제작에 대한 직접투자도 아닌 극장투자를 미끼로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외국자본의 국내 극장사업 투자는 이미 시작된 상태로,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문을 연 CGV강변11의 경우 제일제당이 50%, 홍콩의 골든하베스트와 호주의 빌리지로드쇼가 각각 25%씩 투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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