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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단에 스타바람이 분다

입력
1998.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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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장미희·김희애 등 연예인교수 50명 넘어/“생생한 경험전달” “비슷한 얘기뿐” 다양한 평가속에/“겸임교수제 이용 경비절감·학교 홍보용” 비판도강단에 스타바람이 분다. 연예인교수 바람이다. 수년 전부터 간혹 화제가 됐던 인기스타의 교수부임이 부쩍 잦아졌다. 연기자 전무송 김흥기 오현경(이상 웅진전문대) 최주봉(중부대) 유동근(대경전문대), 영화감독 임권택(동국대) 배창호(서울예전) 이장호(중부대), PD 김한영(서울예전) 고석만(청주대) 주철환(고려대), 코미디언 전유성(웅진전문대) 임하룡(대경전문대) 이상룡(충청전문대), 가수 전영록(부산예술대) 노영심(광주대), 연극배우 김금지(서일전문대) 장두이(대경전문대) 등이 모두 겸임교수다. 신중현(수원여전) 임순례(가야대) 등 객원·대우교수까지 치면 50명도 넘는다. 89년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에서 올해 명지전문대 전임이 된 장미희를 비롯 유인촌(중앙대) 김희애(수원전문대) 정지영(순천향대) 등 전임교수도 더러 있다.

처음엔 학력이 낮아도 교수가 될 수 있다며 화제를 모았지만 이제는 관심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사회가 장인정신을 존중하게 됐다는 얘기일까. 그렇게만 보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다.

비밀은 겸임교수제에 있다. 이 제도는 교수임용자격(4년제대학 박사학위소지자, 전문대 석사학위소지자)에 맞는 학위는 없지만 오랜 현장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를 학계에 초빙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주로 산업체와 문화예술계 인사가 초빙대상이다. 94년 교육부가 겸임교수 수업 9시간을 전임교수 1명으로 쳐주는 환산제를 도입한 후 대학들은 싸게 교수를 확보할 수 있는 편법으로 겸임교수제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겸임교수에 대한 대우는 학교마다 다르나 급료가 낮은 경우 주당 9시간을 강의하는 겸임교수에게 월65만원을 지불, 시간강사와 별 차이가 없는 곳도 있다). 특히 인기인을 초빙하여 학교 홍보수단으로 삼으려는 신생대학, 신생학과도 많다.

연예인교수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지난달 27일 임권택 감독의 동국대 첫 강의는 현장감이 생동한다고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던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자신이 감독한 「서편제」의 장면 장면을 보여주며 『이건 내가 생각해도 잘 찍었어』 『끼니 때우기 힘든 애들인데 새하얀 옷에 다림질 자국까지 있으니, 감독이라는 자가 이래가지고…』 『졸업작품 이 따위로 찍으면 40점짜리예요』라며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임권택 감독론」을 강의했다. 안 그래도 눌변인 임감독은 『아, 그, 저, 에』를 연발했지만 이 장면은 왜 이렇게 편집했고, 이 장면은 왜 잘못됐는지를 직접 들려준 명강의였다. 5년간 그의 조감독을 해온 김대승씨마저 『이렇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정도다.

반면 『여러 강좌에서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속시원하지 않다』 『한 사람에게 한 학기를 듣는 것보다 다양한 특강을 듣는 게 낫다』는 등 학생의 불만이 흘러나오는 강의도 없지 않다. 강의수준의 차이는 전임교수들 탓도 있지만 대학측이 인기만 보고 겸임교수를 선발하거나 본업이 따로 있는 이들에게 무리한 강의일정을 강요할 때 더 쉽게 드러난다. 교수로 있는 한 연기자는 『한창 현장에서 뛸 나이에 교수와 연기를 병행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대의 한 교수는 『대학이 겸임교수제를 경비절감 차원에서 보게 되면 강의는 보나마나 실패』라고 말했다. 결국 겸임교수의 성패는 교수 개인의 특성을 살릴 강좌를 개발하는 데에 달려 있다. 거장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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