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신축안을 백지화하고 인천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생각에 우리는 찬성할 수 없다.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벌써 외신들은 우리정부의 주경기장 재검토 방침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사지 않을까 두렵다.오늘의 사태는 전적으로 정부의 우유부단함이 가져온 결과다. 서울 상암동에 주경기장을 건설하느냐, 잠실구장을 개·보수해 사용하느냐, LG돔구장을 활용하느냐를 놓고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IMF사태를 앞세운 정치·경제논리에 밀려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개막식을 치르자는 엉뚱한 복안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축구를 힘들여 유치한 후 2년동안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1년반이 지난 97년 12월 상암동에 주경기장을 건설키로 하는등 10개 개최도시를 결정, 지난 1월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한 것이 전부다. 이제와서 이를 뒤엎고 문학경기장에서 개막전을 치르겠다는 것은 국제축구연맹과의 약속위반이다.
이런 결과는 월드컵축구에 대한 정부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2002년 월드컵축구는 국내적으로는 21세기에 우리가 갖는 첫 국가적 행사다. 규모가 올림픽의 몇배나 되는 세계인의 잔치를 21세기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멋진 경기장을 신축해서 치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인데도 정부는 이를 돈으로만 계산하려 하고 있다.
월드컵축구는 국제축구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다. 개최국엔 그 관리를 맡기는 것 뿐이란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IMF사태로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결정해 통보한 개최도시를 멋대로 바꾸는 것은 국제적인 신의문제다. 이러한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신들은 벌써 영국개최론까지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축구를 치르려면 거액의 돈이 들어가겠지만 생산성유발과 고용증대 및 부가가치면에서 경제성이 높은 행사다. 주경기장 건설비 4,500억원도 이를 건설했을 때 얻어지는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이 아니다. 건설비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월드컵 주경기장은 FIFA에 보고한 대로 서울 상암동에 건설해야 한다. 월드컵을 정부의 복안대로 축소해 치르려 한다면 자칫 2002년 월드컵축구는 공동개최국인 일본이 주최하고 한국은 이를 거들어주는 꼴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감정상으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문학경기장안이 제시된 후 지금 세계는 불안한 눈길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상암동에 주경기장을 건설하고, 월드컵조직위원회를 확대개편하여 월드컵준비를 빈틈없이 진행해야 한다. 이것만이 공동개최란 이름에 걸맞게 일본에 뒤지지않는 멋진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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