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으면 식물잎 말라 화분 서서히 쬐어야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생물의 생존방식은 신비롭다. 잘 살펴보면 삶의 지혜까지 얻을 수 있다. 30년간 생물학을 연구해온 강원대 권오길(權伍吉) 교수의 자연계 관찰이야기를 새로 연재한다.
만화방창(萬化方暢)의 계절이다. 산새들은 짝짓기 하느라 교태섞인 목소리로 조잘거리고, 나뭇가지마다 새 움이 솟는가 하면 꽃들은 자태를 뽐낸다. 겨우내 방안에 두었던 화분도 밖에 내놓아야 할 때다. 그렇다고 화분을 직사광선이 내리 쪼이는 양달에 바로 내놓아서는 안된다. 응달에 한 달쯤 두어 환경변화에 적응시켜야 한다. 「봄볕은 며느리 쪼이고 가을볕은 딸 쪼인다」는 속담을 시어머니의 옹고집 정도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봄에 강하게 내리 쬐는 자외선이 맨살에 닿으면 세포가 타서 검어진다. 봄바람에 얼굴이 타는 것도 자외선 때문이다. 집안에 있던 식물은 갑자기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잎이 빨갛게 타고 말라 비틀어지면서 쉽게 죽게 된다. 자외선량을 조금씩 늘려 강한 자외선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외선은 칼의 양날과 같다. 살균작용을 하는 자외선이 전혀 없으면 세균이 득실거리게 된다. 너무 많으면 식물의 엽록체를 파괴한다. 사람에겐 백내장에다 피부암까지 유발한다. 여름 바닷가에서 피부를 너무 태워 껍질이 벗겨지는 것도 자외선의 탓이다. 많아도 탈이요, 적어도 탈인 셈이다. 남극과 북극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도 자외선 때문에 문제가 된다. 오존층이 자외선을 막아내야 하는데, 오존층 구멍으로 많은 자외선이 지구에 쏟아져 까탈을 부리는 것이다. 자외선이 많아지면 식물의 엽록체가 파괴돼 광합성이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먹거리는 모두 식물이 만들기 때문에 자칫 사람도 거덜날 수 있는 것이다.
□약력
▲58세
▲서울대 생물학과 졸
▲경기고, 서울사대부고 교사
▲현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저서:꿈꾸는 달팽이, 생물의 죽살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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