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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혼난 검찰’

입력
1998.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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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감옥 있어봤는데… 한방 10여명 있으면 바늘도둑도 소도둑돼”/“몸통아닌 깃털잡은 한보수사 공정했나” 간부들 답변에 쩔쩔9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 업무보고에 배석한 검찰 간부들은 업무보고가 끝나자 한결같이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업무보고후 진행된 토론에서 옥고까지 치른 김대통령이 평소 검찰에 갖고 있던 불만과 따끔한 질책이 무수히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먼저 한보비리 수사에 대한 세간의 「깃털」 「몸통」론을 거론하면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수사가 공정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검찰 간부들의 얼굴에 아연 긴장의 빛이 흘렀다. 김총장도 미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허를 찔린 듯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검찰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못받은 것은 죄송하다』고 답변하는 김총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옥살이를 회고하며 교도행정의 난맥상을 질타했다. 『나도 6년정도 감옥살이를 했는데 한 감방에 10여명이 있으니 교정교화가 되겠느냐』며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속담까지 예로 들며 검찰을 궁지로 몰고갔다. 또 검사가 교정행정의 총책임자인 교정국장을 맡고 교도관이 공무원으로서 떳떳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김경한 교정국장이 교정행정에 대해 『앞으로 17개 교도소를 더 증설하겠다』고 답변한 뒤 잠시 어물쩍거리자,박상천 장관이 급히 나서 『앞으로 교도관이 교정국장이 될 수 있도록 법제화해 교도관들의 사기를 높이겠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또 89년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사건을 거론하며 『서 전 의원을 사흘간 잠도 안재우고 고문해서 내가 받지도 않은 1만달러를 주었다고 강제자백하게 했다』고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현 IMF 위기는 정경유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검찰에도 책임이 있다』고 호통도 쳤다. 검찰 간부들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김대통령의 마지막 일갈에 끝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검찰을 추궁하던 김대통령은 업무보고가 끝날 즈음 『지금이야말로 검찰이 국민의 존경을 받을 좋은 기회다. 내가 신뢰하는 박장관을 중심으로 앞으로 잘 해보라』고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진땀을 흘리던 검찰 간부들의 얼굴은 그때서야 작은 미소가 번졌다.<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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