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400억만 추가하면 주경기장 탈바꿈.신공항·지하철 등 교통 여건도 좋아/단점방송·통신·숙박시설 서울보다 불리.지방경기장과 연계 경기운영 문제정부의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선정문제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경기장의 신축계획을 백지화하고 인천 문학경기장의 활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최근의 경제난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당초 방침대로 상암동 주경기장을 신축할 경우 순수 건축비 2,000억원등 총 4,500억원이 들며 잠실 주경기장을 보수하더라도 1,01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현재 2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인천 문학경기장의 경우 400억원의 추가비용만 들이면 개막식, 개막전, 준결승을 치를 수 있는 주경기장으로 탈바꿈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천 문학 경기장으로 확정할 경우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계산이다.
문학경기장은 관중석의 100%를 지붕으로 덮도록 설계돼 있어 국제축구연맹(FIFA)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또한 2000년에 영종도 신공항 1단계 공사가 완료되고 99년 6월 경기장과 불과 50m 지점에 지하철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입지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FIFA와의 협상을 통해 개막전 장소를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긴다하더라도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장실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부분의 국가역량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인천에서 개막식과 준결승전을 치르려면 정보통신 및 기간시설의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
월드컵은 축구장도 중요하지만 국제방송센터(IBC)나 메인프레스센터(MPC)의 역할과 운영에 무엇보다도 신경을 써야한다. 콤비네이션센터로 한 장소에 위치할 경우 최소 1만5,000∼2만평의 면적이 필요하다. 조직위는 서울에서의 개막식을 대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시설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인천에서 개막식을 치를 경우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우선 여러 곳의 개최도시를 쉽게 관장할 수 있어야 하는등 한국의 여건을 고려할 때 MPC와 IBC는 서울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새로 짓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뿐만 아니라 향후 활용방안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힘들다는 것.
인천은 또 의전, 교통, 안전에도 어려움이 많다. FIFA회장 등 국제축구계 고위층 뿐만 아니라 개막식에 참석하는 각국 원수급 요인들의 숙박시설을 서울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개최 도시들을 돌아보고 원활하게 경기운영을 관리하기에는 서울이 가장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FIFA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축구열기 및 문화도 지적사항. 프로축구 부천SK가 인천을 놔두고 부천을 연고지로 택할 정도로 인천은 축구열기가 뒤떨어지는 도시라는게 축구인들의 지적이다.<여동은 기자>여동은>
◎FIFA와의 관계/약속 파기 하는셈… 최악땐 개최권 박탈
월드컵 개막경기장 변경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관계. 월드컵 개최지는 FIFA와 해당국간의 계약과 약속에 의해 결정된다. 해당국은 유치신청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정부보증을 첨부해야 한다.
한국은 96년 5월31일 일본과의 공동개최권을 따내면서 올해 1월30일 서울, 부산 등 10개도시에서 개최하겠다고 FIFA에 최종통보했다. FIFA도 그동안 수차례 실사단을 파견, 한국의 개최 능력을 검증했고 서울등 10개 도시 개최 방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경기장의 신축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개최도시도 종전 10개에서 6∼7개로 축소키로 한 것은 FIFA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더 타임스」는 한국의 2002년 월드컵개최 능력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영국이 대회 유치에 나설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FIFA와의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 FIFA가 한국의 개최권도 박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 유치때와 공동개최가 확정된 이후 서울을 월드컵의 상징인 개막도시로 최우선적으로 제시했고 정부의 승인하에 주경기장의 신축을 통보했다. 하지만 서울제외, 개최도시축소등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할 경우 국제적인 신용추락은 물론이고 이에따라 FIFA가 일방적으로 개최권을 박탈해도 할말이 없게 된다.<전상돈 기자>전상돈>
◎인천시·주민 반응/“지역발전 가속” 대환영
인천시와 시민들은 문학경기장이 월드컵주경기장이 되면 지역발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크게 환영했다.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은 『인천이 수도권 배후도시에서 동북아 거점도시로 발전하는 전기를 맞게 됐다』며 『문학경기장이 월드컵주경기장으로 손색이 없도록 행정 및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학경기장이 위치한 관교동 주민들은 월드컵 개막전이 유치되면 남구가 수도권 서북부의 중심지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쌍용아파트 주민 김현일(40·회사원)씨는 『인천에서 그것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세계적인 월드컵 개막전이 열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 월드컵유치위원장 이명복(李明福·인천상공회의소 회장)씨는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기업체 등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개막전이 훌륭하게 치러지도록 치밀하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인천=송원영 기자>인천=송원영>
◎서울시·마포구 반응/“잠실서라도…” 허탈·실망
서울시는 정부가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 건설계획을 백지화하자 대안으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막전이 치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주말 문학경기장과 잠실경기장 두 곳중 한 곳을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관광 교통 숙박 등 관련시설이 인천보다 잘 갖춰져 있고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개막전을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했기 때문에 잠실경기장에서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위해 건설중인 프레스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내세운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9일 본회의에서 월드컵 개막전의 서울 개최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마포구 주민들은 정부방침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권오범(權五範·54) 마포구의원은 『월드컵 주경기장 건립계획을 몇차례 확정 발표해 주민들의 마음만 들뜨게 해놓고 이제와서 백지화한다니 어처구니 없다』고 말했다.<임종명 기자>임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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