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확대가 탈출구/8조∼10조엔땐 플러스성장/관료문화·정치체질 개선 등 경제외적 조치도 따라야「2차대전후 사상 최악의 불황」이라는 일본의 경제 불안을 두고 전문가들은 서슴없이 「정책 불황」이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4월의 소비세 인상도 그렇지만 11월 마련된 재정구조개혁법에 대한 정부의 집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법은 「2004년 3월까지 적자국채발행을 0으로 하고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미만으로 줄인다」는 수치목표를 명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비판은 이랬다.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과제설정은 좋았으나 길을 잘못 들었다. 성장이 둔화한 시점에서는 시장을 자극, 세수 증대를 통한 재정안정을 겨냥해야지 무리한 재정긴축으로 시장을 위축시켜서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이미 불황 기미가 짙었던 2월 16일의 중의원 예산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적자채를 발행해서라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시장이 경제의 전부가 아니다』며 『더러 시장의 요구와 다른 정책을 취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맞받아 쳤다.
그러나 50여일만인 9일 그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재정구조개혁을 미루고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본격적인 경기대책의 최대 걸림돌이 돼 온 재정구조개혁법은 10일 재정구조개혁회의 소집을 신호로 수치목표의 탄력화를 중심으로 한 수술 작업에 들어간다.
법 개정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가능해지면 그동안 재계와 학계가 입을 모아 요구해 온 대형 공공투자와 감세를 실시할 재원 마련의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첫단추는 제대로 끼워졌다. 문제는 5월 매듭을 목표로 일본 정부가 다듬고 있는 총규모 16조엔의 경기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4조∼6조엔의 소득세·법인세 감세와 공공사업 투융자 등 8조∼10조엔에 이를 전망인 재정지출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증권 도쿄(東京)지점 로버트 펠드먼 주임연구원은 『재정지출이 4조∼5조엔에 그치면 98년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날 수 없지만 8조∼10조엔이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경제 불안이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한 측면이 짙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제적 조치만으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주장도 무성하다. 관료주의 문화와 허약한 정치체질의 근본적인 개선 등 경제외적 대책론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적자국채란
일반회계중 인건비 등 경상경비의 세입 부족을 메우는 특별국채,공공사업이나 출자금,지방교부금 등의 재원인 「건설 국채」와는 달리 발행에 특별입법이 필요하다.
◎공공투자보다 減稅가 더 효과적
9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가 밝힌 「종합경제대책」 구상은 92년 3월 이래 9번째의 경기대책이다. 공공투자와 감세를 축으로 할 대책을 두고 재계와 학계의 훈수는 감세에 쏠려 있다.
이는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공공투자에 무게를 둔 고전적인 정책의 효과가 일본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 온 경험 때문이다. 경제기획청의 조사에 따르면 공공투자 증가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70년에는 1차년도 2.02%, 2차년도 4.14%, 3차년도 4.51%에 달했으나 94년에는 각각 1.32%, 1.75%, 2.13%로 뚜렷하게 내려왔다.
한편 다이와(大和) 종합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공공투자가 즉각적인 효과는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감세 효과와 차이가 없다. 또 최종 국내민간 수요 자극에는 감세쪽이 효과가 컸다. 관공서가 발주하는 공공투자보다 소비자와 기업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쪽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이다. 한편으로 공공투자의 확대는 세계적인 「작은 정부」 추세와 반하며 결과적으로 업계와 정·관계의 유착을 불러온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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