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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프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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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프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 이영호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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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FM ‘사랑의 한가족’/일요일마다 편한목소리 3년째/70년대 영화배우·이장호 감독 동생/19일엔 ‘장애인의 날’ 특집방송매주 일요일 오후 1시 장애인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나긋한 목소리가 있다. EBS FM 「사랑의 한가족」(연출 이협희)의 이영호씨. 장애인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목소리론 잘 모르겠지만 얼굴을 보면 그가 7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만하다. 그는 70년대 「어제 내린 비」 「낮은 데로 임하소서」등 14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이장호 감독의 동생이다. 희귀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는 그는 『시력을 잃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며 미국 뉴욕대 영화학과로 유학을 갔다. 89년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그는 급격히 시력이 나빠져 박사과정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이영호씨가 「사랑의 한가족」 진행을 맡게 된 것은 95년. 이 프로그램은 「PD리포트」 「한가족 초점」 「작은이웃 작은세상」 등의 코너를 통해 뉴스와 쟁점을 소개하고 장애인의 삶을 다룬다.

이씨는 대본을 받으면 집에서 60배까지 확대되는 20인치 독서기(CCTV라고 부르기도 한다)로 내용을 외울때까지 반복해서 읽는다. 1시간 분량의 방송원고를 한번 읽는데 1시간30분이 걸린다. 방송사 스튜디오에 있는 5인치짜리 독서기로 원고를 30배 확대하면 6자 정도가 뜬다. 이를 보고 기억을 더듬어 진행한다. 이씨는 95년 첫 방송때 오프닝멘트를 읽은 뒤 『긴장돼 못 하겠다』고 뛰쳐나오려 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 그의 편안한 진행은 청취자들에게 큰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19일 방송은 「장애인의 외출」을 주제로 한 특집. 왜 우리나라 거리에선 장애인을 볼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다. 『내가 언제 그만두더라도 이 자리는 장애인이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영호씨에게는 시력이 점점 더 나빠져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글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큰 고통이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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