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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스페셜­상봉(TV시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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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스페셜­상봉(TV시사평)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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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남기고 갔소”/이산가족의 만남/절절한 감동의 울림MBC가 방영(9일 밤 11시)을 앞두고 7일 기자들에게 미리 공개한 남북이산가족 찾기 특집 프로그램 「다큐스페셜­상봉」(연출 박정근)은 남북 이산가족의 비애와 상봉의 기쁨이 얼마나 감동적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또 요원할 것만 같았던 이산가족의 만남이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기대도 갖게 했다.

다큐멘터리는 「밤안개」의 가수 현미(61·본명 김명선)씨가 한 남북한 이산가족 생사확인 대행업체로부터 전화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정말이에요? 정말로 명자와 길자가 살아 있어요? 직접 만날 수도 있어요?…』. 현미씨의 떨리는 음성속에 파묻힌 「명자」와 「길자」라는 이름은 51년 1·4후퇴 당시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들. 당시 명자씨가 9세, 길자씨가 7세였다.

이어 3월6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도착한 현미씨 일행. 가수 노사연씨의 어머니이자 현미씨의 큰 언니 김화선(67)씨, 큰 오빠 명준(65)씨, 여동생 명옥(52)씨등 모두 4명이다. 이 자리에는 또다른 이산가족 일행인 김영식(71) 연식(65)씨 형제도 함께 했다.

드디어 창춘시 한 호텔에서 48년만에 상봉이 이뤄졌다. 한눈에 동생임을 알아 본 현미씨의 오열, 『왜 나만 남겨두고 내려갔어요』라고 울부짖는 동생 길자씨의 통곡, 이를 착잡한 듯 바라보는 오빠 명준씨의 침묵.

남녘의 가족은 추운 겨울 맨발로 학교에 다녔던 길자씨의 발톱이 모두 새까맣게 죽은 사실을 알고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는 『나를 버리고 가신 님은 십리도 못가 발병난다』는 길자씨의 구슬픈 아리랑 타령을 듣고 모두가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다큐멘터리는 상봉의 기쁨만 전하지 않았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대라」는 성경구절을 들려준 현미씨에게 길자씨는 북한체제의 특성이 몸에 배인듯 『왜 그래요? 나도 때려야지』라고 대답했다.

2박3일의 짧은 만남후 『다시 만날 때까지 몸조심하라』는 오빠의 말에 『당과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했다(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모니터할 북한당국을 위해 이 부분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48년이라는 세월이 심어준 분단의 벽, 드높은 이질감의 벽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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