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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실’수술 급하다/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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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실’수술 급하다/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논단)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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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우리 대학에서의 특강을 위해 내한한 일본인 강사는 서울의 백화점을 가보고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도저히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도 쇼핑객으로 붐비는 한국은 일본의 꽁꽁 얼어붙은 백화점 경기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경제가 어려울 때 소비가 지나치게 얼어붙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경제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하는 우리 정치권과 정부, 국민들의 최근 의식에 그리 안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우리가 맞고 있는 경제위기의 근본은 기업과 금융부문의 부실에 있다. 그리고 그 부실의 정도는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가 거쳤던 그 어떤 경제위기보다 깊고 넓게 퍼져 있다. 더구나 이웃 일본과 같은 나라들의 금융부실은 주로 부동산시장의 거품붕괴에서 비롯되었고 기업은 아직도 건실한데 비해 우리의 금융부실은 바로 총체적 기업부실에서 비롯되었고 우리의 부동산거품은 아직 꺼지지도 않은 상태라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가 겪어야할 불황과 고통의 늪이 어느 정도일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급한 고비는 넘겼다고 믿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문제의 깊이를 알면서도 오히려 정쟁에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경제위기를 이미 넘긴 것처럼 정국을 이끌어온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빨리 방향을 바로잡고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 어디에도 경제불황과 고통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그리고 그것을 초래하고 싶어하는 정부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깊어진 부실의 대수술 없이는 도저히 경제가 회복불능인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적당히 각성제나 진통제에 의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본경제가 우리보다 훨씬 덜한 금융부실을 안고도 저렇게 휘청거리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우리 금융부문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금융경색 내지 공황, 그리고 기업의 대거도산을 초래하여 경제를 거의 마비상황까지 몰고갈 것이라는 우려도 이해가 간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부실이 거의 전 금융기관에 퍼져 있으며 기업들의 재무구조나 현금유동성은 이미 거의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두가지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금융부실은 땜질처방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정리를 미루면 미룰수록 국민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은 커질 뿐이라는 점이다.

이미 자본이 잠식된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해결을 위해 고금리로 수신을 동원하고 회생할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들에 물려 있는 대출을 연장하고 오히려 협조융자와 보증을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과 같이 향후 3년간 거의 모든 금융자산에 대해 예금지급보장이 되어 있는 경우 우리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하루에도 수천억씩 부실대출 증가의 책임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부실정리의 대대적 수술없이 이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불행히 우리 정부는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로 예전과 같이 금융부실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정책수단도 이미 다 잃어버렸고 외국에서는 우리 금융상황을 어항의 물고기 들여다보듯이 하는 상황이 되어 이제는 이 매를 피해갈 길이 없게 되었다.

금융부실 정리는 우리 경제를 다시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기해결만이 경제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너무나 분명하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의 성공여부는 바로 기업·금융부문 부실의 조기처방에 대한 결단에 놓여있다고 보여진다.<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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