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종호(金宗鎬) 박세직(朴世直) 의원이 자민련에 입당한 당일 두의원은 바로 부총재에 임명됐다. 그후 자민련은 「소속의원 45명에 부총재만 15명」이란 비아냥 소리를 들어야 했다. 두 의원이 한나라당에서도 중진이었으니 입당의 공로를 생각하면 부총재 대접이 당연할수도 있지만 이 사안은 곧 정치권의 심각한 「당직 인플레 현상」을 노출시키는 단초(端初)가 됐다.집권당 국민회의는 현역의원 79명에 부총재가 불과(?) 12명에 그치고 있지만 당의 주요 당무를 결정하는 당무위원은 무려 119명이나 된다는 입초시에 오르내리게 됐다. 또 자민련의 당무위원은 58명이고 현역이 불과 8명인 국민신당은 부총재 4명에 39명의 당무위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플레 수치가 속속 언론에 공개됐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도 10일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직 잔치」가 벌어질 것이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여야 각정당이 당직을 남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당직은 한정된 상태에서 중진이 많다보니, 또는 선거때마다 영입한 인사들을 배려하다 보니 당직 거품이 일 수밖에 없다는게 마지못한 각 정당의 해명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인의 감투 선호의식 때문이다. 그들은 당직이 바로 감투이고 이 감투를 써야만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때 정치권에서는 당 수뇌부에 돈을 주고 큰 감투를 사는 일까지 있었다. 큰 감투를 산 정치인은 작은 감투를 팔아 자신의 감투매입비를 보충했다.
감투란 원래 평민이 머리에 쓰는 의관의 하나로 「감투를 쓰다」는 말은 줄을 잘 잡아 관직에 나간 평민출신 벼슬아치를 비하(卑下)하는 말이었다. 부총재는 정당내에서 일인지하(一人之下)지만 지금은 그 일인지하가 너무 많아서 당무논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지금도 평민이 비하하는 감투를 놓고 싸움이 한창이다. 정치권의 거품빼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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