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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이름으로’/이종구 편집국 국차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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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이름으로’/이종구 편집국 국차장(광화문)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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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권의 지역기반은 호남이다. 호남·충청권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정치적 감각이 둔하거나, 둔한척 하는 사람의 소리다. DJ정권은 과거정권과 그 태생환경은 물론 성격도 분명히 다르다.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값진 의미를 지닌 정권이다. 문민이라던 YS정권보다는 여러 걸음 진보돼있다. 그런데 한가지, 정권의 요직과 지역간 함수관계의 유사성은 비슷하다. DJ정권의 요직에 누가 앉았는가를 「지역의 이름으로」살피는 것도 흥미가 있을 법하다.정권의 이해와 민감하게 연결되는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안기부장과 그 내부의 요직,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국세청장등이 그런 자리일듯 하다. 역대 정권에서 이 자리는 지역안배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정권과 같은 지역출신, 또는 그 정권이 깊이 신뢰할만한 사람들이 차지해왔다. 지역안배란 사실 어느 정권에서나 대국민 사탕발림이지만.

이번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에 호남출신이 앉았다. 호남출신 육군참모총장과 경찰청장이 50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 자리가 무슨 자리이길래 50년만이라니,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방을 제외하고 이들 자리는 사람을 잡아넣는 사정이나 정보, 그리고 돈을 주무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정치상황에선 아직도 사정과 정보는 매우 중요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지역기반이 같아야 믿음이 나오는 걸까. 그것은 과거 정권이 만들어 놓은 관행,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 의식 탓이다. 3공에서 5공 6공 문민정권을 거쳐 오면서 중요한 자리는 권력자와 같은 지역출신으로 채워졌다.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권력자와 출신지역이 같다고 해서 출세한 사람, 쉽게 말해 「지역의 이름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다. 별로 특출나지도 않았던 사람이 고등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특히 문민정부때 많았다.

지금 정권의 사람들중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한 정권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려면 핵심요직에 신뢰할만한 사람을 써야한다. 미국도 봐라. 대통령이 되고나면 대통령의 사람들이 워싱턴을 점령하지 않느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뒤 아칸소주 출신이 합참의장 됐다거나, 아칸소 출신이 정부 산하기관 곳곳 또는 각분야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는 얘기는 못들었다.

DJ정권에서 호남출신이 정부 요직에 앉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들은 너그럽게 이해 할 것이다. 과거에 하도 불이익을 당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일들이 각분야에 고구마줄기 처럼 지역주의를 퍼뜨리는 단초가 된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다.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처럼 정부 산하기관의 수많은 자리, 각계 각분야의 요소요소에까지 「지역의 이름으로」 이익과 불이익의 말없는 편가르기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 할 것인가. 만약 그러하다면 지역주의와 그 배타성의 악순환은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며 더욱 증폭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역주의의 진폭을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지금의 호남정권 사람들에게 있다. 지금 정권의 마음에 달렸다. 그것은 호남정권의 숙명적 몫이기도 하다.

시계에 시계추는 왜 달려 있을까. 그것은 규칙적 진폭운동을 이용해 시간흐름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이다. 요즈음은 전기의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계추는 그냥 폼으로 달려있다. DJ정권의 사람들이 지역연고를 폼으로만 간직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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