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한글전용/한자혼용을 해야 하는 이유
2.한자교육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3.한글전용/한자혼용의 득과 실
4.한글전용/한자혼용을 위해 필요한 조치
◎한글만으로 적어도 읽는데 지장없어/국제경쟁시대 시간낭비 어리석은 일/허웅 한글학회장
1.한자는 이 세상의 글자중 가장 어려운 글자이다. 한글은 가장 현대적이고 쉬운 글자이다. 한자를 배우고 쓰는데 드는 시간은 막대하다. 한글은 배우고 쓰는 시간이 매우 짧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글자살이는 한글전용으로 거의 굳어졌다. 북한에서는 광복 바로 뒤부터 한글전용을 실시하고 있다(다만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칠 뿐이다). 중국 조선족의 글자살이도 북한과 같다. 이것은 한자에 대한 한글의 절대 우수성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글전용을 해야 하는 근본이유이다.
2.「한자」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문」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중학교에서부터 한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이면 족하다. 초등학교에서 특활로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일이다.
3.지금 우리나라는 글자소경이 매우 적은 나라로서 세계에서 모범이 되어 있다.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하기 때문에 글자를 배우고 쓰는 데 드는 시간은 매우 짧다. 타자기에는 한자가 들어갈 수 없으며, 컴퓨터에도 한자를 쓰려면 귀찮기 그지없다. 우리는 지금 일분일초를 아껴 경제재건을 해야 할 때이다. 이런 국제적 경쟁 속에서 한자문제는 거론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이다.
한글전용의 실은 없다. 다만 전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이유는 한글만으로 적어 놓으면 글을 읽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 전통의 고아가 된다는 것, 우리말의 많은 부분이 한자말이니 한글만으로 적어 놓으면 그 뜻을 알기 어렵다는 것 따위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금의 한글세대의 글 읽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전통의 고아가 된다는 것도 기우이다. 우리는 중학교부터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한문문헌도 한글로 번역해야 한다. 그래야 이 문헌들이 지금 살아날 수 있다. 지금 이 번역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자말이라 해서 한글로 적어 안될 이유는 없다. 한국일보 사설에는 한자를 찾아볼 수 없으나 읽는데 지장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4.전용법의 「다만」 조항을 없애고 이 법을 충실히 실시해야 한다.
◎한글전용은 교육효과 감퇴·학술저해/한자혼용 국어발음교육·뜻전달효과/李應百 韓國語文會 이사장
1.한글은 음운이 풍부하고 발음기호적 성격을 겸한 과학적이고 우수한 표음문자요, 漢字는 造語力·含蓄性(함축성)·縮約力(축약력)이 뛰어난 表意문자이니 한글과 漢字의 적절한 調和는 가장 이상적 문자운용이라 할 수 있다. 국어사전 수록어휘의 70%가 漢字語요, 전문용어 대부분이 漢字語이므로, 그 語素인 漢字를 익혀야 뜻 파악이 분명하게 되고 어휘 확장이 능률적으로 된다.
2.漢字교육은 어릴수록 학습효과가 뛰어나므로 1,000자 정도를 초등 「국어」에 노출혼용하고, 중·고등 교과서의 괄호를 없애야 한다. 초등 1학년 50자, 2학년 100자, 3학년 150자, 4학년 200자, 5·6학년 각각 250자를 가르치면 1,000자는 어렵지 않게 몸에 붙일 수 있다. 一二三四五六七八九十, 月火水木金土日, 學校, 敎室, 先生, 父母, 부모님 姓名, 본인 성명을 가르치면 1학년 1학기 배정 25字가 훨씬 넘고 「애국가」에 나오는 漢字만 가르쳐도 40字나 된다.
漢字가 어렵다고 하지만 영어나 수학보다 어렵지 않다. 또 어렵다고 학습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산수가 어렵다고 피한다면 평생토록 九九나 나눗셈도 못하게 될 것이며 漢字도 마찬가지다.
3.한글전용은 국민의 지성을 저하시키고, 교육의 효과를 감퇴시키며 국어의 長短을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하고, 어휘의 뜻 전달을 짐작에 그치게 하여 학술발전을 저해한다. 젊은이들은 조상이 남겨주신 전통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또 17억 漢字문화권內의 문화·경제·관광·정보 교류에서조차 고립의 길을 자초하고 있다.
4.國漢혼용은 결코 漢字를 많이 쓰자는 것이 아니요, 漢字중심의 국어생활을 하자 함도 아니다. 어떤 이는 5만여字나 되는 康熙字典(강희자전)의 漢字를 언제 배워 쓰느냐고 하지만 국어사전의 어휘가 20만 단어나 된다 해서 모두 배워야 쓰겠는가. 2,000자 정도의 常用漢字를 제정해 신문과 잡지, 출판물에 혼용하면 사회·문화적인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言衆의 사고력과 어휘력 향상, 참담하게 망가진 국어의 발음교육과 전통성 회복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17억 漢字문화권 외면땐 국력 쇠퇴
▲鄭秉學 亞細亞學術硏究會 회장=21世紀는 亞細亞太平洋時代이며 亞太時代의 주역은 漢字文化圈의 韓·中·日 三國일 것이라고 世人들은 말하고 있다. 더구나 韓國은 中國과 日本과의 中間에서 隣接되어 各 方面에 걸쳐 밀접 불가분한 關係에 있다. 또 이미 三千年 전부터 今日까지 韓·中·日 三國에 通用되는 文字는 漢字뿐이다.
國際化와 世界化로 치닫는 現趨勢에서 17億人口의 漢字文化圈에서 漢字文盲國은 個人이나 國家를 막론하고 衰亡하게 마련이다. 한글이 世界에서 가장 탁월한 表音文字이며 漢字는 視覺性, 縮約性, 造語性, 論理性 등에서 가장 탁월한 表意文字이므로 한글과 漢字의 適切한 混用은 語文生活에서 그 長短點을 相互補完해 주는 가장 理想的인 方法이다. 그러나 한글, 漢字混用을 반대하는 한글專用論者들이 내세우는 理由는 전혀 말이 안된다. 초등학교에서의 漢字敎育은 兒童에게 漢字가 어려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전혀 事實과 다르다. 語文敎育은 어릴수록 效果的이라는 科學的및 實際的 증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글어휘의 70% 이상이 漢字音을 借用하고 있으므로 초등학교때부터 기초적 상용한자의 교육은 필수적 과제이다.
◎2천년 뿌리내린 漢字 이미 우리것
▲高道興 한림대 국문과 교수=일각에서는 漢字를 청산해야 할 遺物인양 여기고 한글전용만이 愛國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세대가 漢字를 배우는 것이 또 하나의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漢字가 이미 이 땅에 2千年 이상 뿌리를 내렸고 그러는 동안 우리 것이 되었다. 우리 方式의 漢字語가 수없이 많은데 안 쓰면 우선 편하니 쓰지 말고, 한자말을 모두 한글로만 적어야 하고, 漢字를 배우는 것이 그저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라틴어를 高校때 必須 또는 選擇으로 배우는 것은 그들이 時間이 남아 그렇게 하겠는가! 필요에 의해 두 개의 서로 다른 言語도 배우는데 우리 歷史와 함께 사용돼온 漢字를 文字生活에서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한글이 불완전한 문자라는 주장은 아니다. 漢字와 한글 사용을 排他的 立場에서 對立시키지 말고 相互補完的 立場에서 發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을 주도하는 言論도 讀者취향이나 販賣부수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의 바람직한 文字生活을 위해 적어도 基礎漢字 2千字는 사용해야 한다.
◎‘한자말 70%’라 해도 적을땐 한글로
▲김계곤 인천교육대 원로교수=한글은 우리말을 가장 충실하게 적을 수 있고 배우기 쉽고 읽고 쓰기에 편리한 글자이다. 한자혼용론자들은 우리말사전에 한자말이 70%를 차지한다며 한자말을 한자로 적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소용도 없는 한자말을 사전의 올림말로 다룬 것도 말썽거리이다. 비율이 그렇다 해도 한자말을 굳이 한자로 적을 필요는 없다. 「유치원」을 「幼稚園」으로 적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한글에 한자를 섞어 쓰면 보완이 되어 좋다지만 한글만으로 우리말 적기에 완벽한데 한자를 섞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조기교육의 효력을 들먹여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가르쳐야 한다는 상용한자는 항용 쓰이는 말을 적은 것이므로 더욱 필요하지 않다.
한자를 익히면 두뇌가 좋아진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중국사람의 두뇌가 가장 우수하단 말인가? 중국의 루쉰(魯迅)이, 『한자와 중국은 공존할 수 없다』고 한 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들이 글자살이에서 밝은 미래를 열려고 하면, 기계화에 장애가 되는 한자에 묶여 있을 수 없다.
◎한자교육은 해도 혼용은 말자
▲임동훈 가톨릭대 강사=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자교육의 목표는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중국 일본과의 교류에 있는 것도, 고문헌의 해독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한자교육은 우리말의 일부인 한자어를 이해하는데 필요해서 하는 것일 뿐이다. 또 한자교육과 한자혼용은 별개 문제다. 한자를 혼용하면, 그 말을 모를 때 사람들은 국어사전이 아니라 자전을 뒤져야 하는 불편이 있다. 어찌 우리의 문자생활을 자전에 의존해야 하는가.
문자생활의 지침은 국어사전에서 찾아야 한다. 국어사전의 모든 표제어는 한글로 돼 있고 한자어의 경우 괄호 안에 한자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학교」처럼 한글로만 쓰거나, 한자표시가 필요하면 괄호 안에 한자를 밝혀 쓰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실제 문자생활은 출판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소설류는 조선후기부터 이미 한글전용을 실천하고 있으나 일부 학술서등은 아직도 적지 않은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자생활의 큰 흐름은 한글전용이 아닌가 한다. 이런 흐름은 함부로 바꾸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초등교 한자교육 반대”“한글전용법 폐지” 격돌/한글학회 대통령에 건의문/한국어문회 국회에 청원서/현재 국어교육은 절충형태
한글전용과 한자혼용을 요구하는 상반된 주장이 또 다시 격돌하고 있다. 한글학회(회장 허웅)는 2월말 한글전용 강화와 초등학교의 변칙적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낸데 이어 이달중 대대적인 한글전용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한국어문회(이사장 이응백·李應百)등은 이에 앞서 2월 중순 국회에 보낸 청원서와 정부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한글전용법 폐지와 초등학교 한자교육실시를 요구했다.
두 주장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한글전용론자들은 한글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이고 쉬운 글자이므로 굳이 한자를 쓸 필요도, 초등학교때 한자교육을 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자혼용론자들은 한자를 혼용하지 않으면 교육효과가 적고 학술발전에도 저해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어교육은 두 주장을 절충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의 한자교육은 교장에게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 교육부는 『한글전용법에 바탕을 두고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에 한글만 쓰고 중·고교에서 한자를 병용해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상반된 주장이 해방이후 지금까지 충돌하는 원인은 어문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48년 「대한민국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할 때는 한자를 병용할 수도 있다」는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됐다. 이 법률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으나 65년에는 국어교과서에 한자를 노출(단독표기)했다가 70년에는 초·중·고교 교과서에 한글전용을 적용했으며 73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 한글전용, 중·고교 교과서 한자병용(괄호안에 처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한글전용론자들은 이 법의 단서조항까지 없애라고 주장하고 한자혼용측은 법률 철폐와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있다.<이광일·서사봉 기자>이광일·서사봉>
□어문정책 약사
48년 10월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
「대한민국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얼마동안 필요할 때는 한자를 병용할 수도 있다」
51년 9월 상용한자 1,000자 제정,공포
65년 3월 국어교과서에 한자 노출(단독표기)
68년 10월 대통령 한글전용 지시.
교과서에서 한자 삭제
70년 3월 초·중·고 교과서 한글전용
72년 8월 중·고교 교육용 한자 1,800자 선정,발표 ( 중학교 900자,고교 900자)
73년 3월 중·고교 교과서 한자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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