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새정부가 들어선지 이미 40여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계개편설에 국회의원 재·보선이 겹친 탓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다 또 다른 재·보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의 혼돈은 줄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여권이 계속 추진할 정계개편까지 곁들이면 올 정국은 심각한 마찰음을 예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이 와중을 틈탄 정치권의 선거법 개정협상 내용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그동안 사회 각 주체가 동참하고 있는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외면해 왔다. 고작 추진한게 선거법 개정협상이다. 그러나 밑그림뿐인 협상 내용에는 그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야합과 흥정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나마 핵심쟁점은 당리당략에 따라 논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광역·기초의원 정수를 25%가량 줄이기로 한 것은 기득권과 별 상관이 없기 때문에 쉽게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지방의원 정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했다.그동안 재계는 50% 감축안을 제시한바 있다. 또 각당도 30% 감축안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최소화에 그치고 말았다.
현수막과 합동연설회등을 없애고 옥내 정당연설회를 줄이기로 한 것이나 후보자의 주례금지나 축·부의금 기부금지등은 고비용 구조개선 차원에서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내용도 정치권의 편의와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결정되었다는 일부 지적에 여야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임기중 사퇴해 다른 공직선거에 나가는 것을 금지키로 한 것은 분명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 여야가 위헌소지를 인정하면서도 합의키로 한 것은 암묵적인 정치적 거래 때문이라는 소리가 높다. 또 잠정적인 경쟁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얄팍한 속셈에서 비롯되었다면 집단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직사퇴 시한을 줄이기로 한 것은 협상초기에 이룬 묵시적 합의를 구체화한 것이라 하더라도 형평성과 소급적용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개혁의 가장 큰 과제는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정수조정과 선거구제를 포함한 국회개혁 문제는 2000년대 16대 총선을 앞두고 논의할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잦은 식언을 알고 있는 우리는 2년후를 믿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정치권은 또다른 이유를 내세워 몸집 줄이기를 미룰게 명백하다. 차라리 현행 선거법으로 지방선거를 치른후 처음부터 대대적인 개혁안을 마련하든지 그럴 수 없다면 지방선거후 곧 재개정 협의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치권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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