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일보社 강당에서 열린 제3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영화부문 감독상 수상자로 정지영(鄭智泳)씨가 호명됐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중에는 영화부문 심사를 맡은 김지미(金芝美) 영화인협회이사장도 있었다. 상을 주는 즐거움과 받는 기쁨. 잔칫집 분위기에 걸맞게 두 사람은 행복해 했다.그러나 불과 사흘 전인 3일, 이들은 큰 망신을 당했다. 두 사람은 제19대 영화인협회(이하 영협)이사장 선거에서 맞붙었다. 투표에서는 김후보가 이겼지만 선거는 무효가 됐다.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후보의 지지세력인 시나리오협회 대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한 것이 문제였다. 시나리오협회는 『무슨 소리냐』며 회비완납 영수증을 현장에 보냈지만 선관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튿날 시나리오협회가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하자 선관위는 서둘러 「선거무효」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사무국의 사무착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영화계의 편가르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실 이번 이사장선거는 행사 이전부터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협회는 선거사실조차 오히려 쉬쉬했다는 느낌이다. 선거 일정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고 물어 보아야만 대답해 주는 정도였다. 선관위는 선거무효 결정을 하고도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다. 영협은 모든 영화인을 아우르는 단체이며 이사장은 3년간 한국 영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영협은 지금까지 현장을 뛰는 영화인들로부터 외면당해온 게 사실이다. 바쁜 영화인들이 이번 선거처럼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벌어지는 곳에 굳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망신스러운 일에는 언제나 공동운명을 감수해야 했다.
재선거는 23일 실시된다. 깨끗하게 싸우고 승자와 패자가 아낌없이 서로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는 행복한 잔치를 기대한다. 영화인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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