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여당은 토지·주택정책 분야에서 일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면 해제키로 했고 행정자치부는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중과세제도를 완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당정은 또 택지소유 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등 토지공개념의 완화와 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지역 등에 대한 재검토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해진다.건교부는 이미 주택정책도 크게 손질해 5월부터 아파트 재당첨과 1순위 청약자격을 확대하는 등 주택공급규칙상 제한을 대폭 완화키로 한 바 있다. 당정의 이같은 정책 변화 배경은 폭락세인 부동산값을 붙잡아 자산디플레이션에 따른 복합불황 소지를 막고, 기업의 세금부담을 덜어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토지·주택정책이 투기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과도한 규제로 만성적인 수급차질을 가져왔고 그린벨트 등지의 소유권을 오래 묶어 온 것은 사실이므로 언젠가 부동산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당정이 왜 갑자기 부동산규제 완화에 손발을 맞추고 있는 지 어리둥절하다. 무엇보다 정책의 일대 전환이 불가피할 정도로 부동산 「거품」이 충분히 걷혔는지, 지난 수십년간 서민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긴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소지는 없는 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주택분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국내 주택업자들은 아파트 골조만 얽어놓으면 청약과열 덕분에 땅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해왔다. 최근 일부업체의 분양가 세일등을 보고 200만 주택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이제 아파트를 골라 살 수 있게 됐구나 했는데, 정부가 다시 청약과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다.
최근 국토개발연구원은 「IMF협약의 파급효과」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땅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경기가 회복되면 투기가 재연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두해 못 가 정책을 되돌려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다.
토지·주택정책은 기업 구조조정, 경기대응 차원을 넘어 국민 다수의 주거생활, 국토개발에 직결되는 중장기 민생과제다. 세제·금융·재정등 관련 법제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광범위한 만큼 관계부처의 다각적인 입장조율과 함께 폭넓은 여론수렴이 뒤따라야 한다. 적어도 여당 일각과 일부 부처가 바람몰듯이 결론지을 사안은 아니다.
일단 풀고 난 후 투기가 재연되면 다시 규제하겠다는 논리라면 이는 또다른 형태의 「부동산 불패(不敗)」신화 만들기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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