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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는 달팽이/권오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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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는 달팽이/권오길 지음

입력
1998.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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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도 쉽게 읽는 ‘생물의 신비’/까다로운 과학의 세계를 옛날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자연에 대한 이해폭 넓혀줘바퀴벌레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꽁무니 뒤에 튀어나온 2개의 꼬리털 때문이다. 꼬리털에 달린 200여개의 부드러운 털이 미세한 바람마저 감지해 위기에 대처하도록 만든다. 뱀은 왜 쉼없이 혀를 날름거릴까? 눈과 귀가 아주 좋지 않기 때문에 혀로 냄새를 맡고 0.003도의 온도차까지 느끼기 위해서다. 혀끝은 둘로 갈라져 있는데 혀를 내밀어 거기에 묻히는 화학물질(냄새등)을 코와 입천장에 있는 야콥슨기관에 문지른다. 그러면 이 기관이 대상의 정체를 파악해 피하거나 공격하도록 만든다.

강원대 생물학과 권오길교수의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는 바퀴벌레와 뱀에서부터 짚신벌레의 사랑, 해삼의 내장 터뜨리기, 들쥐의 모정, 사람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60억개의 유전자등 생물세계의 신비 43가지를 『원숭이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엮었다.

식물의 신비 하나. 브라질에 서식하는 백합과식물 「필로덴드론 셀로눔」은 꽃이 피는 동안 꽃의 내부온도가 46도까지 올라간다. 연이나 수련도 꽃을 피울 때면 지방성분을 태워 30∼37도를 유지한다. 꽃이 열을 내는 이유는 두 가지. 첫째, 향기를 증발시켜 벌레를 불러 모으기 위한 것. 둘째, 꽃 속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추위를 타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것. 어쨌거나 곤충을 많이 불러들여 수분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권오길 교수가 풀어 쓴 생물의 살린살이(죽이지 말고 살리자는 뜻의 조어)」라는 부제처럼 적자생존보다는 강자와 약자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생물세계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았다. 자연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권교수는 『생물은 절대로 과분하지 않고 오만 떨지 않으며 언제나 주어진 환경에 알맞게 순응하고 재빠르게 적응한다』며 『생물계는 우리의 거울이요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말한다. 권교수는 까다로운 과학의 내용을 옛날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 소개하는 과학대중화의 기수. 달팽이연구의 대가로 93년부터 매년 과학책 한 권을 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성사. 8,000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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