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대신 총든 ‘반군神父’십자가 대신 총을 든 신부. 콜롬비아 좌익반군인 민족해방군(ELN)의 전설적 지도자 마누엘 페레스(54). 그가 내전과 갈등의 땅에 평화를 기원하며 30여년간 걸어왔던 혁명가의 길을 마감했다. ELN 대변인은 7일 페레스가 2월14일 안데스산맥의 ELN 아지트에서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반군의 대부」로 불리며 ELN을 이끈 페레스는 콜롬비아가 아닌 스페인 아라곤에서 태어났다. 사제서품을 받은 뒤 68년 목회활동을 위해 콜롬비아로 건너간 그는 해안도시 카르타헤나 빈민들의 처참한 생활을 목격하면서 더 이상 십자가를 들 수 없었다. 정부관료와 일부기업이 부를 독점하고 군에 의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콜롬비아에서 강론 대신 혁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혁명을 설파하던 그는 정부당국의 요주의 인물로 지목돼 69년 스페인으로 추방됐다. 그러나 그는 다시 콜롬비아에 잠입했다. 페레스는 쿠바혁명 노선을 걷는 ELN에 가입한 뒤 총을 잡았고 바티칸은 곧바로 사제직을 박탈했다. 정부군과 ELN의 전투가 치열해 매년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던 80년대 초반 ELN의 지도자에 올라 조직을 이끌었다.
그는 죽기 며칠전 정부와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추진, 내전종식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에르네스토 삼페르 대통령은 『페레스의 평화에 대한 열망은 협상 합의에 잘 나타나 있다. 정부는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배국남 기자>배국남>
□마누엘 페레스
사제불구 쿠바혁명노선 추종
콜롬비아서 30년간 반군代父
정부와 협상추진중 간염 病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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