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가 바야흐로 연합의 계절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이 국민신당과의 연합공천을 합의하는가 하면 폭발직전의 한나라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연합의 공존에 들어갔다. 여야에 고조된 연합의 분위기는 지난 2일 4개 지역의 재·보선 결과에서 비롯됐다. 공교롭게도 모두 영남지역에서, 새 정권출범후 처음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결과의 파장이 단순하지 않았던 탓이다. 선거는 여권에 잠재됐던 지역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표출시키면서 한나라당에게 지지기반의 물리력을 보강해 주었다.사실 「연합정치」가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애당초 여당의 집권 자체가 연합군으로 성공한 것이고 보면 연합정치는 만개(滿開)중인 셈이다. 연합이라는 말에는 보완, 타협, 공존의 느낌이 있지만 상대를 전제로 보면 강력한 전의(戰意)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여권과 국민신당의 연합공천 합의를 봐도 그렇다. 국민신당과 손을 잡으려는 여권의 발상에서 이는 명확해 진다. 부산 울산과 경남지역을 염두에 둔 여권의 연합공천 구상은 정권의 지역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는 한나라당의 기반을 견제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 필요성이 지난 재·보선의 완패에서 절실해 졌음은 물론이다. 국민신당측이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연합보다는 전국적 연합을 주장하지만 여기에 힘이 실릴 여지는 없다.
집권세력과 반대세력의 경계가 지역기반에서 날카롭게 갈라지는 현상을 봐야하는 일은 몹시 불유쾌하다. 또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편의적 연합이 돼야 하는 장면도 말끔해 보이지 않는다. 연합공천은 과거 군사정권에 대항하던 야당의 정치수단으로 더 익숙한 기억이다. 대통령을 가진 집권세력이 일정지역의 지배력을 위해 군소세력과 연합하는 방식의 정치력이라면 어딘지 허술해 보인다. 스스로의 내부를 키우고 살찌워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노력과 과정이 생략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합당으로 체질과 몸을 바꾼다면 그 모습이 더 안정감을 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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