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작아 환율·주가 연중시달려국내 금융시장이 핫머니(투기성 단기자본)에 춤추고 있다. 환율이 정점, 주가가 저점에 도달했다 싶으면 밀려 들어오고 반대로 환율이 바닥, 주가가 정점에 근접했다고 판단되면 빠져나감으로써 환차익과 주식매매차익을 동시에 얻는 전형적인 「핫머니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시장규모가 작은데다 안정적 장기자본을 끌어들일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환율과 주가는 연중 내내 핫머니들의 이런 들락거림에 울고 웃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투자동기는 환차익: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간 작년 12월 중순이후 현재까지 유입된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은 총 4조8,000억원대. 이중 핫머니는 12월말∼1월 중순에 집중 유입돼 한때 1조5,000억원에 달했으며 현재 총투자자금의 약 4분의3(1조원) 정도가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는 투기성 자본과 그렇지 않은 자본을 구분하기 어렵다. D증권사 관계자는 『연기금등 안정적 자금운용을 하는 투자자금도 일부 유입되어 있으나 환율변동이 워낙 심해 장기투자가 어렵고 따라서 외국인들의 투자동기는 환차익이 주목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핫머니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춤추는 외환시장
국내에 핫머니 유입이 집중됐던 지난해 12월말∼올 1월중순의 환율은 달러당 1,600∼1,800원, 주가는 300후반∼400중반. 그러나 3월이후 환율이 1,400원대로 떨어지고 주가가 500선을 유지하자 자금유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져 안정국면에 들어간 3월말부터는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반전, 이달 1일 27억달러, 2일 113억달러, 3일 256억달러, 4일 230억달러등 나흘연속 순매도가 이뤄졌다. 대표적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의 경우 최근 주식시장에서 약 3,000억원대의 선물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러자금은 결국 환율이 정점에 달하고 주가는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들어왔고 그래서 환율이 충분히 떨어지고 주가도 충분히 올라가면 빠져나간 셈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환차익과 주식매매차익을 동시에 얻게 된다. 한 외환딜러는 『최근 외국자금 움직임은 환율에 따라 치고 빠지는 전형적 핫머니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1,800원대 환율, 300대 주가에서 주식을 산 뒤 1,300원 환율, 500대 주가에서 팔았다면 적어도 30∼50%의 수익을 얻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핫머니 장세는 계속될 듯
한번 투자하면 2∼3년을 내다보는 비투기성 장기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호재는 아직 없는 상태. 따라서 핫머니에 의한 환율, 주가의 등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환율 상승세가 일정기간 계속된 후 다시 핫머니가 유입돼 환율을 떨어뜨린 뒤 환차익을 얻고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확실한 시장안정이 없는 한 일년 내내 핫머니에 의해 환율과 주가가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성철·김준형 기자>이성철·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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