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 당국자회담 기대 크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 당국자회담 기대 크다(사설)

입력
1998.04.07 00:00
0 0

이른바 「햇볕론」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 골간이다. 북한을 개방의 길로 유도하되,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방법 대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유화적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햇볕론」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북한이 지난 4일 적십자회 위원장대리 명의로 차관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해 왔다. 의제는 비료지원문제등 상호 관심사이고 시간과 장소는 11일 베이징(北京)이다. 북한의 자세변화 가능성이 어느정도 예측은 됐지만 이렇게 빨리 가시화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간 북한은 당국자 접촉을 거부한채 민간차원의 대화만을 고집해 왔다. 불과 몇주전에는 주한 미군철수가 의제로 채택되지 않는다고 4자회담마저 무산시켰다. 그런 북한이 당국자회담을 전격제의한 배경을 우리는 찬찬히 살펴 봐야 한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왜곡해서까지 받아 들일 필요까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당국자회담 수요가 파종기의 절박한 비료사정 때문으로 알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민간경로를 통해 비료지원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남북당국자간에 논의될 사안이라는 우리측의 일관된 방침으로 벽에 부딪쳤다. 파종기 시비(施肥)를 놓치면 금년농사도 망치게 된다. 식량문제해결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북한이 그렇게도 외면하려 했던 당국자접촉의 문을 노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정부는 6일 북한의 회담제의를 수용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판문점을 통해 이를 북측에 알렸다. 장소만 한반도내 어디든 북한이 희망하는 곳에서 회담을 갖자고 수정 제의했다.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4∼5월 파종기전에 비료가 북한에 도착해야 한다. 불필요한 절차등의 문제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적기에 비료공급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배려」다. 당국자대화를 성사시키려는 강한 집념의 표시다. 94년 7월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후 3년9개월만에 남북한 당국자가 다시 한자리에 마주앉게 될 것같다.

우리는 북한이 논의의제를 「비료지원등 상호 관심사」라고 밝힌데 주목한다. 우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그들은 잘 안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그리운 가족과 재회하는 일은 무엇보다 앞서 이뤄져야 할 과제다. 「단장(斷腸)의 반세기」는 민족적 비극이고 수치다.

비료문제를 계기로 물꼬를 트게 될 당국자접촉이 민족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새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특사교환등을 이미 제의한바 있다. 시의적절한 이니셔티브다. 이제 북한이 화답할 차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