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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시절의 신문이 그립다”/이제 내가 신문을 보지않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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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시절의 신문이 그립다”/이제 내가 신문을 보지않는 까닭

입력
1998.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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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인 미당은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고 하셨지만 나야말로 오늘날 방송극작계에 말석이라도 차지하게 된 것은 「팔할이 신문의 덕」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아버지는 지방신문의 기자셨다. 자라면서 나는 아버지가 종군기자단에서 만나뵌 적이 있다던 모윤숙선생님등 여러 문인들에 관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들었다. 그때 나는 빨리 자라서 전쟁터를 누비며 멋진 종군기를 쓰고 싶었다.

한글을 깨우치면서 시작된 나의 신문읽기는 중독현상에 가까웠다. 학교 다녀와서 책가방을 던지고는 바로 김내성 정비석선생님들의 신문 연재소설을 읽느라고 어머니에게 꾸중듣는 일은 다반사였다.

소설가의 꿈을 지니게 된 사춘기 이후에는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날마다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다. 소설의 소재가 될만한 기사를 오려서 아버지의 빈 양복상자를 차곡차곡 채워갔다. 내 드라마 당선작도 그 상자속의 일단짜리 기사가 소재였다. 한국일보의 베트남전 종군기를 남보다 먼저 읽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회사까지 달음박질하던 생각도 난다. 김 훈 박래부기자의 문학기행, 장명수주필의 여기자칼럼은 나를 매료시킨 글들이다. 그렇듯 빠져있던 신문을 사실 요즘은 잘 읽지 않는다. 잡지 같아진 신문, 치열한 기자정신보다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들기 때리기등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기사들에 실망한 탓이다.

어린 시절 본 네칸짜리 신문만화에는 이런 그림이 있었다. 당시 자유당 독재정권에 대항하다가 정간인가 폐간당한 신문의 만화였다. 관속에 놓인 펜, 죽어버린 민주언론을 무덤에 묻으며, 아이고 아이고 하던 국민들의 모습, 그렇게 죽임을 당할망정 옳은 소리, 양심의 목탁소리를 울리던 그 어린 시절의 신문이 그립다.<김정수 mbc tv ‘그대 그리고 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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