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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경제 침몰하는가/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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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경제 침몰하는가/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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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와 한국을 강타한 경제위기가 아시아경제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일본에도 밀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 일본은 엔화와 주가가 폭락하고 대외신용등급이 추락하여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있다. 이렇게 되니 그 여파는 다른 아시아지역에도 미쳐 우리나라도 금융시장이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바야흐로 아시아는 수난시대를 맞고있다.그런가 하면 미국은 전에 없던 장기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산업경쟁력은 치솟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대의 호황이다. 재정적자는 없어지고 실업률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 왜 이렇게 불공평하게 되는 것인가.

이것은 세계질서가 개방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력 이동의 결과이다. 동구권이 침몰하여 동서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계경제질서는 보호체제에서 개방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냉전체제에서 미국은 자유진영의 맹주로서 장형(長兄)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세계시장은 동서간, 또는 국가간의 보호장벽으로 분할됐다. 그런데 동서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계경제는 시장경제로 통합되고 미국은 국익만을 추구하는 보통국가로 되돌아갔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하에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방체제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개방질서의 결과는 무엇인가. 물의 칸막이들을 트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수위(水位)가 같아질 때까지. 이처럼 개방은 세계경제력을 보호지역에서 개방지역으로 흡인(吸引)시키고 이동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세계경제에는 세개의 핵이 있다. 개방지역인 강력한 미국, 보호지역인 취약한 아시아, 그리고 그 중간지역인 유럽이다. 개방질서는 세계 경제력을 보호지역인 아시아로부터 큰 힘으로, 중간지대인 유럽으로 부터는 작은 힘으로 각각 미국쪽으로 흡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경제력의 대이동을 유발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위기는 그러한 현상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개방으로 인한 아시아지역의 타격은 주로 경쟁력이 취약한 보호부문이다. 농업 금융업 서비스업 건설업 그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등. 국민경제의 대부분을 점하는 이들 내수산업들이 개방의 여파로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아시아국가들은 산업경쟁력을 잃고 기업도산이 줄을 이었으며 취약한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다. 여기에다 개방으로 외국소비를 모방하면서 국제수지를 악화시켜 외환위기로 치닫게 된 것이다.

경제개방체제는 세계복지증진에 필요한 것이지만 이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준비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아시아지역의 피해는 오늘의 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경제력이동은 성장방식에 있어서도 아시아형으로부터 미국형으로의 이행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나 일본의 성장방식은 집단주의 족벌주의 문화에 바탕을 둔 정부주도적, 관료적, 가부장적, 폐쇄적, 수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개방체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주도적, 수평적, 분권적, 개방적인 미국형 성장방식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제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방식과 경제문화까지도 바꿔야하는 부담을 안고있다.

세계경제력 이동에 따른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고행은 한두해에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적어도 10년이상 걸릴 것이다. 그동안에는 저성장 고실업의 고통이 불가피하며 그러한 고행속에서 개방질서에 경쟁력을 갖는 경제구조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21세기에는 미국에서 아시아로 온다고 했는데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향후 아시아국가들이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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