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꽁꽁’ 景氣엔진 녹슬어/작년 소비세인상이 화근 주택·유통경기 타격/금융위기후 ‘장롱예금화’ 디플레이션 악순환2월28일 오전 10시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 다이에이 이치하라점의 입구 세곳마다 200여명의 쇼핑객이 줄지어 섰다. 「정리 세일」에 따른 모처럼의 성황이었다. 이 상점이 15년 역사의 막을 내리는 날이었다.
이치하라점의 폐쇄는 일본의 대표적 거대유통업체인 다이에이의 구조 조정의 일환이다. 2월 결산에서 처음으로 적자를 낸 다이에이는 99년 2월까지 전국 383개 점포 가운데 15개 점포를 폐쇄하고 2001년까지 다시 35개 점포를 닫는다. 세이유(西友), 마쓰자카야(松坂屋) 등의 대형유통업체도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대형유통업체의 황혼은 속속 문을 열고 있는 전문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 그러나 그 뒤에는 소비 불황의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일본의 개인 소비는 지난해 4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한 것을 고비로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창 붐이 일던 맨션아파트 판매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주택생산단체연합회 오치 후쿠오(越智福夫) 회장은 지난해 전국 맨션아파트 판매 호수가 96년 대비 19.2%나 감소한 데 대해 『정부는 2% 인상이라고 말하지만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5%의 무게로 느낀다』고 말했다.
고급 소비의 위축도 따랐다. 일본 백화점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래 2월까지 백화점 매출액은 1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2월의 도쿄(東京)지역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나 감소한 1,592억엔이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 위축도 뒤따랐다.
소비세 인상에도 흔들리지 않던 생활용품의 소비가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이후였다. 금융기관의 도산에 따른 「미래의 불안」이 가계를 짓눌러 「생활 방어」를 불렀다.
11월 이래 소비성향은 69%대로 떨어졌고 올 1월에는 68.4%까지 떨어졌다. 2월말 정부는 2조엔의 특별감세를 실시, 급여생활자들에게 환급했지만 이 돈은 소비가 아니라 「장롱 예금」으로 돌려졌다.
「장롱 예금」이 월 10%씩 늘어 나고 있다는 일본은행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가정용 금고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다이에이 등 대형할인업체를 덮친 소비 불황은 가장 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를 주고객으로 하는 편의점에까지도 밀어 닥쳤다. 전국 약 5만개의 편의점은 소비세 인상 후에도 백화점이나 슈퍼마켓과 달리 「나홀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미니 스톱」의 매출액이 2월까지 3개월 내리 지난해 실적을 밑돌았고 「세븐 일레븐」도 1, 2월 지난해 실적을 밑돌았다.
유통경제연구소 데라자와 도시오(寺澤利雄) 전무는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주체적 소비 행태가 굳어가고 있다』면서 『대규모 감세로 경기의 엔진인 소비에 불을 붙이지 않는 한 디플레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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