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 생명의 기운이 무르익으면서 다시 식목철을 맞았다. 5일 식목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나무 심기에 나섰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올해는 특히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에 관한 다양한 제안과 정책이 제시되어 육림사업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각별함을 보여주고 있다.우리 나라는 지난 6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의 강력한 산림녹화 정책과 국민의 협조로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림지역이 민둥산에서 검푸른 숲으로 바뀌는 변모를 가져왔다. 그러나 성급한 조림사업의 결과로 우량경제림은 산림면적의 2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오리나무 아카시아 포플러 등 속성수 위주로 뒤덮여 있어 국가경쟁력 면에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은 식목일을 앞두고 이런 맥락에서 산림자원의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우수 식물종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종자전쟁의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된 90년대 이후 나무심기에 적합한 시기가 10∼15일 정도 앞당겨졌으므로 식목일을 3월15일로 변경하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임업연구원은 최근 나무는 제 때에 간벌(間伐·솎아 베기)과 가지치기를 해줘야 목재로서 가치가 높고 그 숲은 홍수에 잘 견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주의를 끌었다.
산림청은 늘어난 실업자 대책의 하나로 민간단체, 기업등과 손잡고 「푸른 숲 가꾸기 국민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5년 동안 실업자 10만명을 동원할 이 사업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에 대규모 육림사업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예도 있어 결과가 기대된다.
식목에 대한 새롭고 진지한 접근은 육림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 주지만, 시민의 상식으로 볼 때도 우리의 나무 심기와 가꾸기는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하천가에 심어져 10년 가까이 잘 자라고 좋은 풍경을 만들어 주던 나무들이 하루 아침에 제방공사라는 이름으로 모두 베어지고 둑은 콘크리트와 잔디로 변하는 경우 등이 그러한 예다. 또한 가을철 가로수 가지치기를 할 때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베어 내 가로수를 전봇대 처럼 삭막하게 만드는 잔인한 풍경을 해마다 보게 된다.
나무 심고 가꾸기는 경제적 혜택 뿐 아니라 국토유실을 막아주고 수자원 보호, 대기정화 등 우리의 생명과 정서를 지켜준다는 점에서 늘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산림녹화에 대한 전문성과 나무사랑이 그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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