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근로 신청자 겨우 2,000명/부처마다 대책 남발한채 갈팡질팡정부의 실업대책이 겉돌고있다. 매일 1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나앉고있으나 정부는 어설픈 1회용 대증요법만 쏟아낼 뿐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근 『이것이면 됐다고 생각할 획기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시행착오를 얼마나 해소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체질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역점을 둘 것인지, 발등의 불을 끌 실업대책에 역점을 둘 것인지 정책의 우선 순위에 대한 입장조차 분명치 않다.
정부는 지난달 말 8조원 규모로 실업대책예산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중 실업급여를 못받는 실직자에 대한 생계지원용으로 쓸 1조6,000억원의 조달수단으로 만들어진 「고용안정채권」은 6일 현재 목표치의 1.5%에 불과한 250여억원 어치만 팔렸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채권이 안 팔리면 실직자를 위한 생계대출은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대출을 받기위해서는 보증인까지 내세워야 하는등 절차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조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 역시 현재와 같은 지출구조라면 내년중 기금고갈이 불가피하다. 지난달부터 적용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지만 대상사업장의 신고 및 보험료납부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정부는 고용보험료인상을 통해 부족분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나 기업부담을 고려할때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외에 1조1,000억원 규모의 공무원임금삭감분, 1조원대의 차관 등도 연말이면 고갈된다. 정부는 연평균 130만명의 고실업사태가 최소한 3년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재원조달계획은 이처럼 1년도 못 내다보고 있다.
전경련의 최정기(崔頂基) 경쟁력강화팀장은 『실업이 1년안에 끝날 일이 아닌만큼 실업대책재원도 공무원임금삭감분, 채권판매 등 미봉책이 아니라 공기업민영화, 정부자산 매각 등 중장기적인 수단을 동원해야한다』며 『실업대책 역시 실업률 낮추기라는 눈 앞의 인기정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통한 고용유지라는 거시적 안목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발표된 실업대책들도 주먹구구식이다.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예산을 조달할 방편도 없이 재탕·삼탕한 것들로 「알맹이」는 없다.
실업대책의 핵심이라는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정부는 15만∼25만명의 실직자를 구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적은 부진하다. 발표직후 관련부처마다 5,700억원대의 예산을 「눈먼 돈」인양 숙원사업 해결용으로 쓰기위해 경쟁적으로 사업을 신청했으나 실직자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길어야 6개월정도만 취업보장이 될 뿐아니라 대상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임금이 월 50만원을 넘지못하는 등 생계대책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모집마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6일까지 8만명이상을 뽑겠다는 서울에서 서류를 낸 사람은 겨우 2,000여명 뿐이다.
공공기관의 직업훈련 역시 올들어 실직자들의 신청이 쇄도하지만 재취업을 하는데는 별 도움을 못주고 있다. 재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2주∼3개월의 속성코스가 많은데다 생산직 중심이라 사무직 실직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배출중심의 직업교육은 고실업시대에는 실^가 없다』며 『교육기간이 늘고 교육대상이 줄더라도 취업률이 높은 직종에 대한 알찬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만든 취업알선창구도 체계화해있지 않아 실직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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