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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式 아닌,박정희를 넘어서야”/이광일(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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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式 아닌,박정희를 넘어서야”/이광일(발언대)

입력
1998.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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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시대라는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서 무엇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지도자로서 박정희의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더해가고 있는듯 하다.지난해 박정희 신드롬이 온통 매스컴을 휩쌌을 때 그것은 선정주의적 보도 이상을 넘지 못하였다. 그런데 전반적인 보수화물결과 대통령선거가 맞물리면서 어느 사이엔가 그것은 신드롬 수준을 넘어섰다. 한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은 보수화경쟁에 뛰어들어 「근대화의 아버지」로서 그의 업적을 찬양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여 그는 「역사 바로세우기」의 대상이 아니라 선견지명을 지녔던 지도자로서 복권되었다.

그렇지만 박정희 주변에는 「민주주의의 억압과 성장 물신주의」라는 두바퀴로 인간의 삶을 파괴한 흔적들이 가득차 있다. 노동력의 불법적 착취가 자행되었으며 「가난하지만 정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단죄되기 일쑤였다.

나아가 「한 나라 안의 두 부류 국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지역차별의 씨앗이 본격적으로 뿌려진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그런데 IMF 지배의 원인 및 성격과 관련된 논의가 무성한 지금 그 위기의 본질이 국가권력과 결탁한 재벌중심의 경제구조에 있다는 데에 대부분의 논자들이 동의하면서도 그 진원지가 박정희 정권이라는 점은 직시하려 하지 않는듯 하다. 오히려 박정권시대의 「한강의 기적」을 회고하며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그러나 IMF 지배로 상징되는 위기의 극복은 신화화된 리더십을 주술로 불러내어 회고하거나 유사한 리더십의 출현을 몽상하는데 있지 않다. 그것의 진정한 극복여부는 지금 해고통지서를 남발하며 기세를 올리는 시장물신주의자들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왜곡된 사회관계들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에 달려있다.<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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