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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朴炳潤 사장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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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朴炳潤 사장 특별대담

입력
1998.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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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투기 세계경제 파국 위험”/박병윤 사장­美 과열성장·高달러정책이 불안요인. 최근 亞 위기도 美 위기로 연결될것/적절한 대책없으면 세계적 혼란 올수도/앨빈 토플러­전자상거래 활성화 ‘超상징경제’ 시대로. 金 대통령 국정 잘챙기는것 같아. 한국 정책입안가들 장기적안목 부족박병윤(朴炳潤) 한국일보 사장은 방한중인 미국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박사와 4일 밤 신라호텔에서 만찬을 겸한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에서 두 사람은 아시아에서 비롯된 외환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두 사람은 최근 미국 월가(街)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투기가 세계경제를 파국의 위험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나타냈다.<편집자주>

◆박병윤 사장:세계 경제의 미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경제학을 하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학문인데 경세제민을 하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책을 내놓아야합니다.

최근 미국 경제는 과열돼 있습니다. 1929년의 대공황 전의 사정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생각입니다. 다우존스 주가가 9,000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경제를 보면 1923년 다우존스 주가가 120선이었으나 1929년 700선을 넘어서면서 붕괴위험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미국 경제는 실물기반이 취약해 실물경제가 금융팽창을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돈이 미국으로 집중되고 미국의 돈은 몽땅 월가에 몰려있습니다. 각국의 외환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미국경제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성장만을 해왔습니다. 경제의 「순환」원칙을 고려할 때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1928년말 미국의 쿨리지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마지막 교서에서 영구번영론을 역설했습니다. 이같은 미국 지도층의 낙관이 1929년 미국 경제의 대공황을 불러온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미국경제는 매우 불안합니다. 아직도 건실하다는 것은 미국 국민의 착각이고 오판입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경제의 틀이 필요하고 새로운 틀이 생겨날 때 다시 안정적인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앨빈 토플러 박사:지금의 경제는 「제1·제2·제3의 물결」이 모두 공존하는 양상입니다. 산업화이후 경제요소 자체가 무형화(無形化·Intangible)하고 있습니다. 농경시대의 자본은 토지였고 산업화시대에는 주식 채권등 여러가지 증명서가 자본을 구성했습니다. 지금「제3물결」시대에는 보이지않는 지식이 자본이 되고 있습니다. 지식을 「상징(Symbol)」이라고 정의하면 지금의 경제는 「초(超)상징경제(Super Symbolic Economy)」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이용의 급증, 전자상거래등의 활성화가 「초상징경제」를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는 점진적인 발전의 개념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자주 이용하는 혁명적인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각 국가의 경제를 자세히 보면 과거 1차원적인 요소, 2차원적인 요소도 함께 공존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 경제위기를 살펴보면 금융부분에서 화폐가치가 약 70% 가까이 폭락하였지만 실물경제, 즉 산업부분의 경쟁력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장이 그대로 있고 근로자가 있고 또한 기계설비도 그대로 있습니다. 이러한 실물경제가 과거와 차이없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최근 경제위기는 국가 전체의 위기라기 보다 오히려 경제의 한 부분, 즉 금융의 위기라고 판단됩니다.

세계 경제에 약간의 동요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 1920년대말과 같은 대공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제구조 자체가 다양화하고 있고 한 분야의 파산이 다른 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미약합니다.

◆박사장:지식산업과 정보산업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결국 미국이 리드하고 있는 지식산업, 정보산업도 설 땅을 잃게 됩니다. 아시아 중남미등 넓은 시장을 잃게되기 때문입니다. 29년 시작된 대공황은 오스트리아의 금융공황이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시아, 남미의 경제위기는 곧 미국의 위기로 연결될 것입니다. 월가의 다우존스지수가 9,000을 넘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다분히 투기적인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증권시장에서 항상 쓰는 말이지만, 『봉우리가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순환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입니다. 현재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치적 리더십에 금이 가고 세계 경제의 문제는 곧 미국의 정치리더십의 약화를 가지고 옵니다. 경제 전쟁은 곧 무역전쟁입니다. 무역전쟁은 다시 환율전쟁으로 이어집니다. 환율전쟁은 자국화폐의 평가절하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루빈재무장관은 「강력한 달러」를 외치면서 달러의 평가절상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일본·중국등 아시아의 상품이 미국시장을 휩쓸어 미국은 무역적자가 심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의 정치력을 이용하여 이같은 당연한 자유시장 원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논리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일본 정부나 기업이 미국내에 갖고있는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습니다. 야마이치증권은 파산직전 미국에 가지고 있던 미국 재무부 채권(TB)을 처분하려고 했으나 그 과정에서 미국이 개입해 이를 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야마이치는 파산에 이르게 됐습니다.

◆토플러 박사:중요하고 의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사장:우선 과열되고 있는 월가의 지수를 정상적인 수준인 4,000∼5,000사이로 낮추어야합니다. 이를 위해 금리 인상, 통화긴축정책, 환율안정등의 방법이 동원될 수 있습니다.

◆토플러 박사:미국에는 곧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클린턴 정부는 실업률이 높아지는 어떠한 정책도 실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클린턴의 섹스파트너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엔 더욱 그렇습니다(웃음). 이러한 경제외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경제논리와는 달리 곧바로 공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의 의견은 아주 논리적이고 경제학적입니다. 신선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시한번 토론하고 싶습니다.

◆박사장: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경제가 이끌려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이 지금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미국 증시는 87년 「블랙먼데이」보다 훨씬 심각한 대폭락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미국 경제의 붕괴는 다시 세계 경제를 강타하여 세계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맞게될 수도 있습니다.

◆토플러 박사:북한의 김정일체제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귀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박사장:북한 지도자의 정치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민 통제도 곧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의 지도력은 전적으로 군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토플러 박사: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초청을 받은 적은 없으나 과거에 김일성 주석과의 인터뷰가 일본 후지TV에 의해 주선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으나 북측에서 갑자기 팀스피리트훈련을 트집잡아 취소시켰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기회가 있으면 언론인의 입장에서 꼭 북한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북한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언제라도 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정을 잘 챙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사장:김대통령은 김영삼 전대통령 정치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정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은 전임대통령과 통치철학은 물론 사고가 다르고 능력과 행동양식이 다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나라를 어렵게 만든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지도력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토플러 박사:김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에 조언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책입안가들은 단기적인 정책은 쉽게 내놓지만 장기적인 안목이 없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런 부문에 조언을 할 예정입니다.<정리=김형민 기자(코리아 타임스 정치부>

◎앨빈 토플러 누구인가/‘제3의 물결’ 등 쓴 세계적 미래학자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의 저자로 유명한 세계적 미래학자. 192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22세때 하이디 퍼렐과 결혼했다. 부인은 대학동창으로 미래학연구의 동반자이다. 49년 뉴욕대를 졸업하고 부인과 함께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조립공 용접공으로 생활했고 59년 포춘지(誌)에 입사, 노동문제 전문기자로 61년까지 일했다. 이후 IBM 제록스등 대기업의 경영 현대화 자문역, 코넬대 객원교수로 록펠러재단과 미래학연구소 고문을 맡고 있다.

65년 호라이즌지에 기고한 「삶의 방식이 된 미래」라는 글에서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적응 현상을 「미래의 충격」으로 표현, 70년에 이 개념을 풀어쓴 첫 저서 「미래충격」을 냈다.

이 책은 전 세계 30개국어로 번역돼 700만부이상 팔렸다. 토플러박사는 2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정보통신정책분야의 자문역을 맡기로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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