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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고… 벌레먹고… 말뿐인 보호수/생육공간 비좁은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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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고… 벌레먹고… 말뿐인 보호수/생육공간 비좁은데다

입력
1998.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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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오염·관리부실 겹쳐/서울 93그루 고사위기서울의 천연기념물 나무및 보호수가 죽어가고 있다.

서울시가 천연기념물 10그루와 보호수 196그루를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보호수 유지관리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가 잘 돼 상태가 양호한 나무는 천연기념물과 보호수 각각 2그루에 불과했다.

반면 쇠약상태를 보인 나무는 천연기념물 4그루, 보호수 89그루였으며 나머지는 보통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보호수의 경우 6그루가 고사위험이 높고, 13그루는 극도로 쇠약했다. 나무가 쇠약해지면 활력이 떨어지고 벌레가 많이 몰려들어 병에 잘 걸리고 심할 경우 죽게 된다.

천연기념물 9호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내 백송(수령 535년)은 뿌리의 생육공간이 좁아 양분흡수 호흡 몸체지지 등에서 지장을 받고 있으며 응애및 진딧물이 달라붙어 잎을 갉아먹고 수액을 빨아먹어 광합성을 방해받고 있다.

종로구 와룡동 비원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194호 향나무(수령 730년)는 껍질이 벗겨지고 나무기둥의 속이 비는 바람에 빗물과 각종 병균이 침투, 힘을 잃어가고 있다. 또 양이온치환용량이 매우 낮아 토양의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 있는 천연기념물 254호 등나무(수령 920년)와 255호 측백나무(수령 320년)도 가지가 썩고 응애 피해가 심했다.

중구 정동 옛배재고 자리에 있는 수령 525년의 향나무(시나무)는 주변건물의 그늘 때문에 일조량이 부족, 동화작용을 못해 극도로 쇠약해진데다 응애피해마저 극심해 엽록소가 파괴되고 잎이 회색으로 변해 방치할 경우 고사가 우려됐다.

성북구 정릉동 506의 90에 있는 수령 330년의 느티나무(구나무), 서초구 방배2동 970의 27의 수령 430년의 느티나무(구나무), 서초구 우면동 218의 1 수령 225년의 돌배나무 등도 극도로 쇠약해져 고사위기에 빠져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천연기념물및 보호수의 상태가 나빠진 것은 ▲생육공간 협소 ▲토양 대기 오염및 산성비 ▲각종 병충해 ▲관리부실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사유지에 있는 보호수는 집이나 시설물 때문에 뿌리가 훼손되고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공간에 위치, 일조량이 부족해 쇠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의뢰로 실태조사를 한 한국수목보호연구회는 『사람들이 토목공사 아스콘포장 비닐 축산폐기물 투기 등으로 토양을 급속히 오염시키는 바람에 흙속 미생물의 활동과 번식이 위축되고 유기물 분해 등이 안되면서 보호수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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