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재벌 옥죄기 재계 초긴장/금융기관까지 불똥… 영역싸움 우려도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화두(話頭)인 재벌개혁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두 기관은 수장들의 의욕부터가 남다르다. 공정위 전윤철(田允喆)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제정의 실무주역이며, 이헌재(李憲宰) 위원장은 관계 재계 금융계를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전위원장은 『새 정부들어 부처간 업무영역에 대한 경계가 급속히 엷어져 가고 있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않고서는 공정위의 위상이 현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위원장 역시 취임식에서 「재벌의 구조조정」 대신 「재벌 개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정부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해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공정위와 금감위는 서로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재계의 검찰」로 불리우는 공정위는 최근 금융기관의 금리·수수료 담합에 대한 감시에 나섰고, 금융기관 감독이 주업무인 금감위도 재벌들에게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축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재벌개혁에 관한한 두 기관의 업무가 상당부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주안점은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 금감위는 과다·편중여신의 억제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 재벌은 그동안 계열사간 상호 빚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빌려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해 와 빚을 줄이는 작업은 곧바로 경제력집중을 해소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개혁의 대상도 유사하다. 공정위는 자산순위 30대 재벌, 금감위는 금융여신 2,500억원 이상인 66개 그룹으로 66개에는 30대 재벌이 포함돼 있다. 물론 제재의 수단이나 강도에선 차이가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 직권조사 등을 통해 30대 재벌의 과다한 빚보증과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다. 금감위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거대 여신 기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토록 한 뒤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대출억제 신규투자중단 등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금감위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의 자금흐름이나 투자결정과정을 낱낱이 점검할 수 있다. 재벌들에게는 금감위가 더 무서운 기관인 셈이다.
관심은 두 기관의 역할분담이다. 공정위와 금감위가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하며 호흡을 맞출 경우 재벌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서로가 「영역챙기기」에 나서게 되면 정책의 혼선이나 중복 제재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200%로 낮추고, 빚보증도 2000년 3월까지 완전해소할 경우 공정위와 금감위의 재벌감시기능은 무의미해진다』며 『두 기관이 한시적인 역할에 연연해하지 말고 서로 협조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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