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서 잠자던 구닥다리들 환율상승덕 내수수출 급증/업계 즐거운비명 증산고려「1달러 800원」시절 「한 물간」상품으로 취급받던 정보기기들이 환율상승 덕에 잘 나가는 효자상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주요 정보기기 업체들은 창고에 처박아 놓았던 재고 모델을 꺼내 먼지를 털고 출하·선적준비를 하는 등 「늦깎이 인기상품」손질에 여념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시대가 만들어낸 절약스타 상품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환율상승 덕에 정보업계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대표주자는 잉크젯 프린터. 잉크젯 프린터는 레이저 프린터 등장 이후 사실상 한 물간 사양 품목이다. 하지만 프린터 업계는 요즘 늘어나는 잉크젯 프린터 주문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가형 프린터는 지난해 10월 대비 50% 이상 감소한 상태지만 20만∼25만원대 저가형 잉크젯 프린터는 월 1만대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도 월 4만대 가량 꾸준히 나가고 있다.
사정은 다른 프린터 업체도 비슷해 삼성전자는 월 2만5,000여대, 삼보컴퓨터가 월 1만대를 거뜬히 팔아 치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터 생산 중단을 검토했지만 IMF 지원 이후 주문이 늘어 없던 일로 했다』며 『재고가 바닥날 경우 증산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저가형 팩시밀리도 잘 팔리고 있다. 팩스시장이 97년에 비해 20% 가량 줄어들었지만 20만원대 제품 판매에는 영향이 없다. 시장을 주도해 온 휴렛팩커드가 환율상승을 견디다 못해 가격을 15%가량 인상해 국산제품은 가격경쟁력까지 좋아지고 있다. 대우통신의 경우 환율상승 덕에 팩스 수출주문이 급증,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10만대 가량 늘어난 40만대로 잡았다.
IMF 체제가 만든 또 다른 스타는 오래 전 반도체시장의 퇴물로 전락했던 4메가D램. 반도체시장이 16메가D램으로 옮겨간지 오래지만 최근 4메가D램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4메가D램 반도체는 지난해 9월부터 물량이 달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1∼2달러 하던 수출가격이 3달러까지 치솟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요즘 「복고 제품」수출에 즐거운 비명까지 지르는 모습이다.
이미 사양제품이 돼버린 4비트,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마이컴)제품 수요도 폭증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다마고치 등 소형 오락기기와 장난감에 들어가는 4비트, 8비트 마이컴 제품이 월 300만개씩 수출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비트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 4비트 제품 주문이 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반짝 경기는 아닌 것 같다』며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증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광일 기자>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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