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구체 성과 없으면 마지막 회담 될수도…” 지적/英·佛·日 정상 막후 협의/‘투자단 파견’ 막판 결실『이대로 가면 총리께서는 ASEM을 개최한 마지막 의장이 될지도 모릅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일(한국시간)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주최 만찬에서 블레어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대통령의 「엄포」는 효험을 봤고, ASEM은 의장성명에서 김대통령이 요구한 「고위급 기업투자촉진단」 파견을 약속했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3차 ASEM이 무산될 수도 있음을 유럽측에 암시하는 것이었다. 당시 분위기가 술렁이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 총리가 『나에게 맡겨보라』며 막후 설득에 나섰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거들었다. 영국측은 의장성명 작성을 위해 3차례나 김대통령에게 사람을 보내 협의를 하기도 했다.
폐막일(4일)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하시모토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개혁노력을 칭찬하며 조사단 파견을 촉구했다. 급기야는 다른 아시아국가들이 반발하고, 하시모토총리가 『한국이 3차 ASEM 개최국임을 감안한 것이지, 특혜는 아니다』라고 해명성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투자조사가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면서 『한국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보다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헬무트 콜 독일총리 등이 중재에 나서 의장 성명에는 조사대상국으로 한국만을 명시하지는 않기로 했다.
김대통령은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유럽측이 너무 말로만 돕겠다고 하고 그냥 넘어가려 해 좀 고집을 부렸다』고 말했다. DJ외교의 특징중 하나는 「임기응변」임이 이번 ASEM을 통해 입증된 셈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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